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인도 정권 교체 가능성 100% 민심은 BJP를 원한다


▲ 나렌드라 모디 인도 BJP 총리 후보가 지난 2월 5일 콜카타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5월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돼 차기 총리가 될 게 확실시된다. photo AP·뉴시스
인도를 사업차 찾은 지인이 1월 29일 카톡 문자를 전해왔다. 그는 “인도의 민심은 BJP로 돌아섰네요. 사업하시는 분들은 준비하셔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BJP(인도인민당)는 인도의 최대 야당이다. 지인의 말은 5월에 예정된 인도 총선에서 BJP가 승리해 집권당이 될 분위기라는 거였다.
   
   BJP는 힌두 우파 정당으로 10년 전인 2004년 권력을 국민회의당에 내놓은 바 있다. 1998년에서 2004년까지 집권하며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당시 총리는 A. B. 바지파이였다. 현재의 집권당은 국민회의당(대표 소냐 간디), 총리는 만모한 싱이다. 국민회의당은 5년마다 치르는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 지난 10년을 집권했다. 그런데 이제 인도 유권자들이 ‘바꿔 바꿔’ 하는 것 같다. 인도는 총선 다수당이 집권한다. 의원내각제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5월 총선일은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 인도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BJP의 압승을 전망한다. 1월 25일 발표된 ABP-닐슨 조사 결과는 인도의 주요 매체가 크게 보도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답게 여론조사의 응답자가 6만4006명이나 된다. 한국의 경우 통상 표본 수가 1000명이다. 예상 의석 수를 정당별로 보면 집권 국민회의당은 81석, BJP는 210석이다. 현재 국민회의당은 206석, BJP는 117석이다. 국민회의당이 125석 줄어들고, BJP는 무려 93석이 늘어난다고 예측된 것.
   
   인도 하원 의석은 모두 543석. 과반수 의석은 272석이다. BJP는 예상 확보 의석 수 210석에 조금만 보태면 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해, 집권할 수 있다. 현재의 민심이 선거 때까지 지속된다면 국민회의당의 패배는 분명하고, 10년 만에 BJP는 정권을 탈환하게 된다.
   
   국민회의당의 약세는 총리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국민회의당의 간판 스타는 라훌 간디(43). 그는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인도 정치를 압도해온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다. 소냐 간디 국민회의당 대표가 어머니이며, 선친(라지브 간디)과 할머니(인디라 간디), 그리고 외증조부(자와할랄 네루)가 모두 총리로 일했다. 국민회의당은 1월 16일, 5월 총선 운동을 이끌 책임자가 라훌 간디 당 부대표라고 발표하면서도 그를 총리 후보로 내세우지는 않아 당 안팎을 놀라게 했다. 당 대변인에 따르면, 소냐 간디 대표는 총선 전에 총리 후보를 발표하는 건 당의 전통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회의당이 총리 후보를 지명하지 않자, BJP의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64)는 1월 20일 “국민회의당이 총리 후보를 지명하지 못하는 건 패배를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몰아붙였다. 구자라트주 총리인 그의 말은 상당 부분 근거가 있다고 얘기된다. 즉 소냐 간디 국민회의당 대표가 아들을 총리 후보로 내세우지 않은 건 외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감안, 그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선거에서 질 경우, 패배 책임을 아들이 져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것.
   
   민심 이반의 이유는 ABP-닐슨의 1월 25일 조사에서 드러난다.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정당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31%가 국민회의당을, 47%가 BJP를 꼽았다. 경제 관련 국민회의당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인도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3년 새 반토막이 났다. 2013년 3월에 끝난 2012~2013 회계연도의 성장률은 5.0%로, 2년 전인 2010~2011 회계연도의 9.3%에서 크게 떨어졌다. 2013~2014 회계연도의 성장률은 전년도보다 약간 올라간 6.1~6.7%로 예측되기는 한다.(중앙은행인 RBI는 5.7% 성장 예측) 하지만 집권 초기 10%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물가 상승도 가파르다. 2013년 11월 잠정 연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24%였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011년, 2012년 9~10%를 기록했다. 경제 위기로 인해 화폐 가치도 폭락했다. 환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 지난해 8월 28일에는 미국 달러에 대해 68.80루피를 기록했다.
   
   고위직의 부패도 민심이 등을 돌리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해 12월 4일에 실시된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국민회의당을 밀어내고 집권한 건, 반부패를 내세운 신생 정당이었다. 반부패 이슈는 그만큼 폭발력이 있다. 또 델리에서 일어난 여자 대학생 집단 강간·살해 사건은 여성의 안전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낳았고, 거리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로 분출되었다. 여기에다 10년이나 집권했으니 이제는 바꾸자는 국민 정서가 가세하고 있다. ABP-닐슨 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국민회의당의 재집권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BJP가 집권할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 후보가 향후 5년간 인도의 새 지도자가 된다. 그는 현재 구자라트주의 주총리다. 구자라트는 인도 중서부에 긴 해안가를 갖고 있는 지역. 아라비아해를 통해 바다로 열려 있다. 북동부로 조금 가면 북인도 정치의 중심지 델리가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차를 파는 소년이었던 나렌드라 모디는 구자라트주에서 2001년부터 14년간 집권하며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인도의 경제계는 모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의 인기는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모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 언론은 영연방국가인 인도에 대한 보도를 많이 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보자. 이 잡지는 모디의 최대 정치적 약점인 2002년 구자라트 폭동 당시 모디 주총리의 역할에 대해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모디 주총리는 1000여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고, 그중 대부분은 무슬림인 폭동 당시 유혈사태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힌두우파인 그는 소수 무슬림에 대한 힌두들의 유혈 보복을 용인,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졌다는 것.
   
   미국도 모디의 부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1월 27일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타임의 워싱턴 지국 부지국장 마이클 크롤리가 쓴 ‘미국의 다른 인도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크롤리 부국장은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모디가 총리가 됐을 경우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열되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모디 주총리가 지난 2004년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했을 때 비자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구자라트 폭동 관련이 원인이었다. 크롤리 부지국장은 “그(모디)는 미국에서 외교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이다. 지난해 11월 미 하원에는, 국무부에 미국 입국을 계속 거부하도록 하는 결의안이 제출된 바 있다. 43명의 의원이 결의안을 지지했다. 국무부의 현실주의자들은 모디가 외국의 투자에 대해 개방적인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폭넓은 미·인도 관계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며 비우호적 인물이라 할지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면 협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 31일 미 국무부 부대변인 마리 하프는 정례 뉴스 브리핑에서 “모디는 비자 신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우리가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절차에 따라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보도했다. 또 한 번 인도의 민주주의는 대표주자 교체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

<기사 출처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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