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3일 목요일

美종교학자가 쓴 힌두교 역사서, 인도서 금서 조치


2010년5월 인도 힌두교 신자들이 뉴델리 미국대사관 앞에서 웬디 도니거 교수의 책에 대한 반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DB)
미국의 중견 종교학자가 힌두교 역사를 재해석한 책이 인도에서 금서 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힌두이즘 전문가로 알려진 시카고대학 종교학과 웬디 도니거(73) 교수가 지난 2009년 펴낸 책 '대체역사로써의 힌두교'(The Hindus:An Alternative History)가 인도에서 출판 금지되고, 이미 나와있는 책들도 모두 폐기 처분될 예정이다.

이 책을 펴낸 미국의 거대 출판그룹 '펭귄 북스'(Penguin Books)는 인도 보수주의 단체와 오랜 시간 벌여온 법정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측 변론을 맡은 모니카 아로라 변호사는 "'펭귄 북스' 인도 지부가 도니거 교수의 해당 서적 출판을 중단하고 6개월 내에 서점에 나와있는 모든 책을 수거, 전량 폐기하는 조건으로 소송 취하에 합의했다"며 "책 폐기에 드는 모든 비용은 '펭귄 북스'가 감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니거 교수의 책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아니라 인도 형법에도 저촉된다"며 "의도적으로 특정 종교나 종교적 신념을 모욕함으로써 해당 계층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악의적 행동(말과 글 포함)을 할 경우 인도 형법에 근거 최대 징역 3년형과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펭귄 북스' 측은 총 800쪽 분량의 이 책을 출간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중 하나인 힌두교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 "책이 지나치게 통속적이고 부정확한 사실이 포함돼 있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뉴델리에 기반을 둔 보수단체(Shiksha Bachao Andolan Committee)는 도니거 교수와 '펭귄 그룹'을 상대로 복수의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첫 소송을 제기한 디나 나스 바트라는 "도니거 교수는 고대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적 욕망을 묘사하고 힌두교 경전 중 하나인 마하바라타를 가공의 이야기로 치부, 힌두교를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책 속 지도에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가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바트라는 "펭귄 그룹 이외 출판사들이 인도에서 출간한 도니거 교수의 다른 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리뷴은 "인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으나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제한돼 있다는 우려를 안겼으며 인도 종교계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저자 도니거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합의에 대한 노여움과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인도의 '표현 자유권' 현주소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정치 환경이 매우 염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펭귄 그룹' 측이 합의를 적극적으로 모색했을 것"이라며 "인도의 명예훼손법은 저자 뿐아니라 출판사까지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은 도니거 교수의 책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을 새롭게 집중시켰다. 이 책은 13일 현재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차트 3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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