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9일 일요일

“부패 척결·경제 성장”… 인도 정치권 제1야당 총리 후보 '모디' 돌퐁


인도에서 제1 야당 인도국민당의 총리 후보 나렌드라 모디(64) 구자라트 주지사가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경기 악화와 부패에 염증을 느낀 민심이 장기 집권해 온 국민회의당과 정치 명문 네루-간디 가문을 떠나 새 인물을 찾아 나선 것이다. 

모디는 최근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국민당 회의에서 네루-간디 집안이 이끄는 국민회의당이 그동안 국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이렇게 호소했다. “여러분은 지난 60년을 통치자들(rulers)에게 줬다. 이제 60개월(총리 임기)은 이 머슴(servant)에게 달라.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약속한다.” 

◇간디 앞선 모디=주간 인디아투데이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시보터와 함께 지난달 2∼30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48%가 모디를 차기 총리로 선택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타르프라데시는 인도 28개주, 7개 연방직할지 가운데 가장 큰 지역이다. 연방하원 전체 의석 543석 중 80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곳 민심은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조사에서 국민회의당의 총리 후보로 유력한 라훌 간디(44) 부총재를 선택한 응답자는 15%(3위)에 그쳤다. 라훌은 라지브 간디 전 총리와 국민회의당 총재 소냐 간디의 아들이다. 자와하를랄 네루 초대 총리부터 딸(인디라 간디), 외손자(라지브 간디)까지 3대째 총리를 배출한 이들 가문은 4대째 총리직을 노리고 있지만 민심은 상당히 돌아선 상태다. 영자신문 타임스오브인디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라훌의 지지율은 13%로 더 낮았고, 모디의 지지율은 58%로 더 높았다. 

모디는 특히 재계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는다.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과 역시 최대 재벌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 등이 직간접적으로 모디 지지 의사를 밝힌 대표적 인물이다. 기업인들은 조용히 정당에 돈을 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다. 

이들은 모디가 부패와 비효율로 침체한 인도 경제를 개혁하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인도 재계는 국민회의당이 개혁을 망설인 탓에 인도 경기가 악화했다고 본다. 인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기업 투자는 2008년 14%에서 지난해 10%로 줄었고, 한때 10%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은 4∼5%대로 주저앉았다. 

◇경제 총리 모디=모디가 기업인들의 신뢰를 받는 건 아라비아해에 접한 인도 서부 구자라트에서 주지사로서 보여준 성과 때문이다. 그는 2002년부터 구자라트 주지사를 3차례 연임하며 기업친화 정책을 펴고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깬 인물로 평가받는다. 도로를 깔고 항만을 현대화했다. 인도는 정전이 잦은 나라지만 구자라트에선 전기가 끊기는 일이 거의 없는 것도 모디가 안정적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모디가 재임하는 동안 에너지그룹 릴라이언스는 구자라트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포드와 GM 등 외국 대기업도 구자라트에 공장을 지었다. 구자라트주 쿠치만(灣) 일대에 집결한 세계적 규모의 석유회사들이 밤하늘을 밝힌 모습은 구자라트의 발전상을 대변한다. 

모디는 직접 투자 유치에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타자동차가 인도 동부 서벵골 공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을 때 타타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공장을 구자라트로 끌어왔다. 

구자라트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도의 평균 경제성장률 8%를 웃돈다. 가구 소득도 인도 28개주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인도가 2000∼2009년 호황을 누리는 동안 광산과 통신 등 기간산업 분야에서 정경유착이 뿌리를 내렸다. 지금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한 발전소 등은 재정 문제에 부딪혀 제대로 안 돌아가는 지경이다. 지난해 루피화 가치는 15% 급락했다. 현대경제연구소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은 각각 지난달 말 낸 보고서에서 인도의 외환위기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모디, 구원자 될까=인도 국민이 집권당에 느끼는 반감은 크다. 반부패 신당 아마드미당이 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드미당의 총리 후보는 타임스오브인디아의 여론조사에서 라훌 간디를 제치고 2위를 했다. 미국 CNN방송도 인도 총선의 승부를 가를 요인 중 하나로 부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를 꼽았다. 

CNN은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청년층 표심, 높은 물가상승률, 힌두·무슬림 간 종교 갈등 등도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모디는 힌두 민족주의 단체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그가 소속된 인도국민당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다. 모디는 구자라트 고드라에서 2002년 무슬림 1000여명이 사망한 폭동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사건은 무슬림 소녀가 힌두교도에게 납치됐다는 소문에 격분한 무슬림들이 힌두교들이 탄 열차에 불을 지른 뒤 벌어진 복수극이었다. 

모디가 총리가 돼도 구자라트에서만큼 개혁을 추진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정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데다 주정부가 뜻대로 움직여준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영국 타임지는 모디에 관한 기사에서 “모디는 곧 비즈니스를 뜻하지만 그가 인도를 이끌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기사 출처 :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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