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美 '아시아 복귀' 전략 맞서… 손잡는 용(중국)·코끼리(인도)·곰(러시아)

中·인도, 국경평화 협약 맺고 軍 지휘부 핫라인도 설치키로
中·러는 에너지 협력 강화

중국을 방문한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가 23일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총리는 22일 베이징에서 리 총리와 회담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중국·인도·러시아 총리가 잇달아 만나 상호 협력을 강화한 데 대해 "용(중국)·코끼리(인도)·곰(러시아)이 국제 질서의 '새로운 축'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 총리는 방중에 앞서 지난 21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군수·경제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만모한 싱(왼쪽) 인도 총리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만모한 싱(왼쪽) 인도 총리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중국과 인도는 각각 13억과 12억의 인구를 가진 세계 1·2위의 인구 대국이자 신흥 경제 대국의 선두 주자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고질적인 국경 분쟁으로 갈등의 연속이었다. 지난 4월에도 국경 문제로 충돌했다. 23일 양국 총리는 국경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경 협력 협약'에 서명했다. 동시에 9건의 경제·무역 협력 문건에도 이름을 썼다. 양국은 '국경 협약'에서 국경 순찰 때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삼가고, 서로 순찰조를 추적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군(軍) 지휘부 간 '핫라인'을 설치해 상호 소통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날 "인도가 중국 기업을 위해 자국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중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작년 615억달러 규모인 교역액을 2015년까지 1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이날 중국 지도부는 싱 총리를 극진히 대접했다. 리 총리는 싱 총리와 오찬한 뒤 자금성(紫禁城)을 직접 안내했다. 시진핑 주석은 싱 총리를 위해 만찬을 열었다. 중국 총리와 인도 총리가 같은 해에 상호 방문한 것은 1954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의 메드베데프(왼쪽) 총리가 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의 메드베데프(왼쪽) 총리가 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협력을 매개로 양국 관계를 강화했다. 신화통신은 "중·러 총리 회담에서 러시아는 매년 1000만t의 석유를 10년간 중국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금액으로는 850억달러(약 90조원)에 이른다.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기본 조건에 관한 문서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중국·인도·러시아의 '3각 축 체제'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에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걸었기 때문에 중국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인도와 미국은 2005년 원자력 협정을 맺는 등 관계가 나쁘지 않다. 반면 중국은 인도의 라이벌인 파키스탄에 원자로를 공급하기로 했다가 인도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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