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인도 총리-야당 총리 후보, 이례적 '면전 설전'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인도 여야가 유세전을 펼치는 가운데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의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가 이례적으로 면전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번 설전은 29일(현지시간) 서부 구자라트주(州)의 최대 도시 아흐메다바드에서 열린 집권당인 국민회의당의 전 지도자 사르다르 파텔(1875∼1950년)을 기리는 박물관 개관식장에서 벌어졌다.

구자라트 출신인 파텔은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국민회의당에 입당, 인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47년 인도가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직후 2년간 인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지냈다.

모디가 지난달 총리 후보로 뽑힌 뒤 여러 유세장에서 정부와 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많지만 여당 대표격인 싱 총리를 직접 만나 설전하기는 이례적이다.

먼저 공세를 취한 쪽은 구자라트 주총리도 맡고 있는 모디. 

그는 연단에 나란히 앉은 싱 총리에게 "파텔이 인도의 초대 총리가 됐더라면 이 나라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국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가 자와하를랄 네루를 초대 총리로 선택한 데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고 인도 언론이 30일 전했다.

간디가 네루를 초대 총리로 선택한 뒤 네루의 딸과 외손자가 잇따라 총리를 지낸 데 이어 지금도 네루 후손이 국민회의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못마땅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읽혔다.

싱 총리는 뜸을 들이다가 "파텔은 세속주의 원칙에 충실한 인물로 숨질 때까지 국민회의당 당원으로 제 몫을 다했다"고만 답했다.

또 모디는 자신이 2001년 말부터 구자라트 주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중앙정부로부터 90차례나 훌륭한 지배구조를 운용했다는 공로로 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파텔은 독립 직후 국민통합에 큰 공을 세웠으나 오늘날에는 국민통합이 테러나 마오주의자 공격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현 국민회의당 정부의 '실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대부분이 국민회의당 당직자와 지지자들인 행사 참가자들로부터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싱 총리는 "파텔은 늘 세속주의 관점에서 통합된 인도를 꿈꿔왔다"며 "그가 평생 몸담은 국민회의당의 일원으로 오늘 행사에 참석하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마하트마 간디, 사르다르 파텔, 아불 칼람 아자드(1888∼1958년)는 우리에게 이념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을 존중하라고 가르쳤다"면서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자드는 1923년 35세 나이로 국민회의당 총재를 맡아 독립운동을 이끌고 인도의 초대 교육장관을 지냈다.

싱 총리의 발언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모디가 주총리에 처음 오른 직후인 2002년 초 구자라트에서 발생한 힌두교 신자와 무슬림 간 유혈충돌 과정에서 힌두교 신자 편에 서서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됐다. 당시 충돌로 2천여명이 숨졌고 사망자 대부분이 무슬림이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