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문가 이옥순 교수, '인도는 힘이 세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인도에 미치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통해 인도의 여러 모습을 알린 이옥순 연세대 교수가 '인도는 힘이 세다'를 새로 출간했다.
전작들에서 가난과 신비로 박제화한 인도를 제대로 알리는 데 애쓴 그녀는 이 책에서 변하지 않는 인도와 새롭게 변한 인도의 양 측면을 균형 있게 살핀다.
"인도는 좋아해도 인도인은 싫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철학과 종교의 나라, 신비하고 이국적인 인도는 좋아해도 저잣거리에서 만나는 가난하고 영악한 인도인은 싫다는 뜻이다. (중략) 인도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인도는 다만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13억 인구가 부대끼는 인도가 그들에게는 실존하지 않는 추상의 나라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인도는 미지의 나라, 신비한 나라로 남을 수 있다."(13∼14쪽)
이 교수는 사랑스러운 인도의 이미지 반대편에 자리 잡은 인도인에 대한 험담을 첫사랑과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실망감에 비유한다. 즉 동경의 대상이 환상 속의 이미지와 다른 데서 오는 일종의 배신감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인도인을 싫어하는 것은 낡은 관습이 지배하는 낙후한 나라라는 오래된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그녀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러한 편견부터 버리라고 충고한다.
대표적으로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쇠고기를 먹는 힌두도 분명히 존재한다. 심지어 서양에 힌두교를 알린 민족주의자 비베카난다는 동포들에게 쇠고기를 먹고 근육을 단련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도가 정신주의의 나라라고만 생각하기에 인도인의 물신주의와 장사 수완에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예로부터 인도에서는 부의 신 락슈미와 가네샤가 가장 인기를 끌어왔으며, 부의 신을 기리는 축제인 디왈리 축제는 전 세계 어떤 축제보다 휘황찬란하다.
인도 최대의 쇼라고 불리는 결혼식은 어떤가. 인도의 부자들은 신랑에게 헬리콥터를 선물하고 57억 원어치의 혼수를 보내는가 하면 모든 하객에게 다이아몬드를 선물하기도 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는 높이 173m의 27층짜리 개인 저택에 600명의 하인을 두고 생활한다.
인도의 중산층과 부유층은 넉넉잡아 우리나라 인구의 여섯 배인 3억 명가량이다. 사실 인도에서는 신을 믿으면서 부를 추구하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탈이지만 부의 추구를 그 과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5천 년간 변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인도의 현재 모습을 9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델리대학에서 인도사를 전공한 손꼽히는 인도 전문가답게 인도의 현재와 가능성을 통찰하는 예리함과 25년간 인도를 넘나든 경험이 어우러져 읽는 맛이 뛰어나다.
마지막 장인 9장에는 중국 문화와 인도 문화를 비교해 세계가 주목하는 두 나라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점에서 인도사회가 중국보다 성숙하고 안정적이다. 내가 인도를 공부했다고 인도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야망을 가진 지도자가 나올 수 없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힘을 휘두를 수 없는 인도는 다양한 층과 켜를 인정하며 민주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중국만큼 불안정하지 않다. 강한 나무는 곧 부러지고 강한 군대는 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국가가 강한 중국이 앞서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사회가 단단한 인도가 유리해 보인다."(347쪽)
인도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고 해도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쉽지 않을 책이다.
창비. 360쪽. 1만6천500원
<기사 출처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인도에 미치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통해 인도의 여러 모습을 알린 이옥순 연세대 교수가 '인도는 힘이 세다'를 새로 출간했다.
전작들에서 가난과 신비로 박제화한 인도를 제대로 알리는 데 애쓴 그녀는 이 책에서 변하지 않는 인도와 새롭게 변한 인도의 양 측면을 균형 있게 살핀다.
"인도는 좋아해도 인도인은 싫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철학과 종교의 나라, 신비하고 이국적인 인도는 좋아해도 저잣거리에서 만나는 가난하고 영악한 인도인은 싫다는 뜻이다. (중략) 인도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인도는 다만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13억 인구가 부대끼는 인도가 그들에게는 실존하지 않는 추상의 나라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인도는 미지의 나라, 신비한 나라로 남을 수 있다."(13∼14쪽)
이 교수는 사랑스러운 인도의 이미지 반대편에 자리 잡은 인도인에 대한 험담을 첫사랑과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실망감에 비유한다. 즉 동경의 대상이 환상 속의 이미지와 다른 데서 오는 일종의 배신감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인도인을 싫어하는 것은 낡은 관습이 지배하는 낙후한 나라라는 오래된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그녀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면 바로 이러한 편견부터 버리라고 충고한다.
대표적으로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쇠고기를 먹는 힌두도 분명히 존재한다. 심지어 서양에 힌두교를 알린 민족주의자 비베카난다는 동포들에게 쇠고기를 먹고 근육을 단련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인도가 정신주의의 나라라고만 생각하기에 인도인의 물신주의와 장사 수완에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예로부터 인도에서는 부의 신 락슈미와 가네샤가 가장 인기를 끌어왔으며, 부의 신을 기리는 축제인 디왈리 축제는 전 세계 어떤 축제보다 휘황찬란하다.
인도 최대의 쇼라고 불리는 결혼식은 어떤가. 인도의 부자들은 신랑에게 헬리콥터를 선물하고 57억 원어치의 혼수를 보내는가 하면 모든 하객에게 다이아몬드를 선물하기도 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는 높이 173m의 27층짜리 개인 저택에 600명의 하인을 두고 생활한다.
인도의 중산층과 부유층은 넉넉잡아 우리나라 인구의 여섯 배인 3억 명가량이다. 사실 인도에서는 신을 믿으면서 부를 추구하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탈이지만 부의 추구를 그 과정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5천 년간 변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인도의 현재 모습을 9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델리대학에서 인도사를 전공한 손꼽히는 인도 전문가답게 인도의 현재와 가능성을 통찰하는 예리함과 25년간 인도를 넘나든 경험이 어우러져 읽는 맛이 뛰어나다.
마지막 장인 9장에는 중국 문화와 인도 문화를 비교해 세계가 주목하는 두 나라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점에서 인도사회가 중국보다 성숙하고 안정적이다. 내가 인도를 공부했다고 인도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야망을 가진 지도자가 나올 수 없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힘을 휘두를 수 없는 인도는 다양한 층과 켜를 인정하며 민주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중국만큼 불안정하지 않다. 강한 나무는 곧 부러지고 강한 군대는 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국가가 강한 중국이 앞서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사회가 단단한 인도가 유리해 보인다."(347쪽)
인도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고 해도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쉽지 않을 책이다.
창비. 360쪽. 1만6천500원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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