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5일 금요일

정확히, 길게 봐야 인도시장 '활짝'

단기간에 성공 기대는 금물… 제조분야보다 내수쪽 접근을


‘중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나라’,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동남아시아 최대의 경제국가로 꼽히는 인도에 대한 평가다. 그러나 인도는 실제 비즈니스하기가 힘든 나라 중 하나다. 이해당사자간 계약체결에만도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사례가 부지기수기 때문.

이런 사업의 변방지역에 지금 400여개 한국기업들은 저마다 ‘인디아 드림’을 꿈꾸고 있다. 30대 대기업들도 인도 곳곳에 영업소나 사무실을 개설하며 한국기업의 표상을 만들어 간다. 푹푹 찌고 눅눅한 전형적인 인도 날씨를 느낄 수 있었던 지난 9월24일,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식당 미소에서 글로벌코리아의 이름을 새겨가고 있는 한국기업인 대표들을 만났다. 좌담회에는 이성득 고센 대표, 이태준 KC코트렐 법인장, 정유경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 과장이 참석했다.

-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주로 어디에, 어떤 업종에서 일하고 있나요.

정유경 과장(이하 정, 사진 오른쪽):
 수도 뉴델리(170개사)와 상업도시인 첸나이(160개사), 뭄바이 인근(78개사)에 주로 모여있어요. 전자와 기계, 건설·중공업, 자동차에서부터 물류·유통, 무역 등 업종도 다양합니다. 
 
- 기업 대표 두 분 얘기를 듣고 싶네요. 인도 진출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성득 대표(이하 이, 사진 왼쪽):
 한국에서 건설기술자로만 15년 일하고, 건설회사도 7년 정도 운영하다 우연히 인도를 여행왔습니다. 직업의식이 발동했는지 인도의 아파트 현장을 둘러보니 섀시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10년 이곳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나무섀시가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알루미늄 섀시로 바꿔가고 있는 추세라, 당시의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웃음) 

- 진출 초기 상황은 썩 좋지 않았을 텐데요.

이:
 2010년 진출 이후 3년 동안은 매출이 거의 제로 상태였습니다. 인도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 시키는 데만도 2년6개월이나 걸렸어요. 한국의 기술자를 초빙해서 인도직원들을 가르치다 보니 제반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PVC를 인도에 들여온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었어요. 

- 지금은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이:
 한 마디로 PVC 시장이 활성화 단계입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아파트 섀시의 경우 상류층 일부만 PVC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중산층에까지 PVC 섀시를 찾는 사례가 많아졌어요. 요즘은 아파트 분양시 PVC 섀시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입주조차 하지 않으려고 할 정도니까요.  

- 3년 동안 직원들을 교육시키며 PVC 시장 성숙기를 기다렸군요. 서서히 성과가 나올 시점인 것 같은데.

이:
 그렇습니다. 올 들어 델리 위성도시인 노이다시의 아파트 400세대에 PVC 섀시 납품계약을 완료했습니다. 엔시알 지역의 파리다바드 주에도 1000세대 공급계약을 진행 중이고요. 

- KC코트렐의 경우는 어땠나요.

이태준 법인장(이하 준, 사진 가운데):
 저희는 2008년도 설립했는데 대기오염방지 시설물을 설비하는 회사예요.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대기로 나가기 전에 제거하는 게 주 업무인데 주로 붕진과 유해가스를 제거합니다. 진출은 2008년이지만 사업타진은 2000년부터였습니다. 당시 마하라수트라 주의 모 발전소에서 진행하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인도를 들른 셈이죠. 

- 발전소의 어떤 사업이었습니까?

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를 잡는 이른바 ‘탈황’ 설비사업자에 대한 입찰이었어요. 하지만 당시 우리는 인도에서의 사업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빈곤층도 많은 나라에서 과연 비싼 환경설비를 설치하려 할까하는 의구심 때문이었죠. 게다가 사업진행 과정에 있어 툭하면 입찰이 연기되고 해서 ‘아, 인도는 지금 당장 진출해서는 안되는 나라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 이후 다시 2008년에 인도법인 설립을 계획한 이유가….

준:
 포스코건설이 인도의 국영제철소에 들어가는 고로를 납품하기로 하면서 저희가 협력업체로 들어온 게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고로의 전기집진기와 관련해서죠. 8년만에 다시 와 보니 그동안 인도 정부의 환경인식에 대한 큰 변화가 있었더라고요.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졌고 사업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현재 집진(먼지를 잡는 것) 위주의 설비를 인도국영전력청과 인도국영제철소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 많은 기업인들이 인도는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합니다. 실제 경험해보니 어떤가요.

이:
 무엇보다 계약하는 단계가 가장 힘듭니다. 가격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도 최종 결정권자가 워크 오더를 내리기까지 1년이나 걸렸습니다. 한국에서는 3~4개월이면 다 결정될 일을 말이죠. 대기업들이야 자금여력이 많아 2~3년까지 워크 오더를 기다려도 되지만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2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어요. 배고프잖아요. 

준: 저희 역시 처음 전기집진 프로젝트 입찰 참여에만 2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8번이나 프로젝트가 연기됐어요. 입찰 이후에도 인도의 복잡한 세금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자그마치 15억원이나 추가로 세금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설비기기 원가가 5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50억원이나 손해를 본 셈이죠.  

정: 많은 한국기업들이 코트라를 통해 사업상 애로점을 얘기하는데 두 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열악한 인프라와 복잡한 부품조달, 전력난 및 잦은 정전, 생산원가 상승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노사 갈등이나 분규가 많고 인사와 노무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기업인들이 인도사업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입니다.

- 그렇다면 두분은 어떻게 그같은 애로점을 극복하셨나요.

이:
 우리 제품의 우수함을 어필하는 데 주력한 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코트라에서 주관해 지난 2월 열린 건축자재 박람회가 대표적인데 그 행사를 통해 우리는 한국 PVC 섀시의 우수함과 고품질 사양을 많이 홍보했어요. 결국 인도 건설업체 사장들이 주문을 많이 했습니다. 중국제품과의 경쟁에서 가격은 좀 높더라도 품질면에서 우수한 점을 우리 회사의 경쟁력으로 내세운 게 잘 먹혀든 것 같아요. 

준: 저희의 경우 정확하게 고객이 원하는 사양까지 알고 접근하니 사업의 숨통이 트였습니다. 인도에선 기본적으로 물건값을 싸게 만들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고품질의 제품을 납품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 매출 15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는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동안 직원도 5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75명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 코트라에선 한국기업의 현지 적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정:
 사전에 인도의 투자환경에 대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코트라 내 투자기업진출 센터가 있어 인도 진출시 애로사항이 있으면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고 있는 것인데, 인도의 외국인사업 내용이나 세금 혜택 등의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 인도인 직원들은 근무태도가 어떤가요? 여기 와서 들으니 '뒤통수'를 많이 친다고들 하던데….

이:
 인도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기계에 의해 손가락이 잘렸습니다. (봉합수술 자국이 있는 손가락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 일로 인도병원에 2달 정도 입원하고 있었는데 사실 인도직원들이 모두 도망갈 줄 알았어요. 2년 동안 수입도 없이 교육만 시켰으니 곧 회사 문을 닫을 것으로 생각하고 회사를 떠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직원들 전원이 출근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습니다. 병문안 와서는 ‘사장님, 걱정마시고 몸조리 잘 하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일터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도인의 성실성을 다시 한번 경험했습니다. 

준: 저는 인도인 직원에 대해 다른 모습을 봤습니다. 한번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여직원을 시켜 직원들에게 줄 시계 선물을 사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기 시계만 비싼 제품을 싸고 나머지 직원들에게 줄 시계는 품질이 떨어지는 형편없는 시계를 사왔지 뭡니까. 너무 화가 나서 다시 사오라고 보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가격이 차이가 나는 제품들을 사왔길래 전 직원에게 시계를 무작위로 섞어서 나눠줬어요. 여직원이 자신이 갖고 싶어했던 시계를 내가 운전기사한테 줬더니 나중에 여직원이 몰래 그 시계를 운전기사에게서 뺏었더라고요.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인도진출을 계획 중인 후배 사업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
 인도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보수적입니다. 그 진입 장벽을 깨려면 꾸준한 사전교류가 있어야 합니다. 제 경우 사업수주를 위해 모 회장의 집안과 2년 넘게 교류를 해왔습니다. 회장 자녀 결혼식 때도 가서 축의금을 전달했고요. 그같은 관계를 유지한 끝에 2년이 지나니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쉬웠습니다. 우호적인 관계 속에 공사 수주가 많아졌거든요. 

준: 중국과 달리 인도는 제조를 기본으로 하는 사업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철저히 내수 위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인도에서 제작해서 인도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게 훨씬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도는 단기간에 사업성공을 기대하고 와서는 절대 안되는 곳입니다.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점진적으로 사업을 전개해야만 실패의 확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기사 출처 : 머니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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