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7일 월요일

파키스탄 16세 여성교육 운동가 말랄라의 ‘극과 극’ 1년

탈레반 피격 악몽 딛고 노벨평화상 후보 거론
ㆍ“책과 펜은 강력한 무기” 세상을 바꾸는 꿈 꾼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당신이 새 삶을 주셔서 죽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마지막 기억은 하굣길 버스 안이었다. 말을 하려 했지만 목에는 튜브가 꽂혀 있었고 왼쪽 눈은 매우 흐릿하게 보여서 모두 코가 두 개, 눈이 네 개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가장 먼저 교육운동가인 아버지의 안전이 걱정됐다. 알 수 있는 건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파키스탄의 10대 여성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6)가 자서전에 밝힌 일주일 만에 의식이 깨어났을 때의 기억이다. 

9일이면 말랄라가 탈레반의 총에 맞은 지 1년이 된다. 그는 1년 전까지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밸리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이젠 전 세계 여성교육권의 상징으로, 오는 11일 발표되는 노벨평화상의 최연소 후보로 거론되는 유명인사가 됐다.


말랄라가 총격을 받은 건 지난해 10월9일이었다. 버스가 정차했을 때 괴한들이 올라타서는 “말랄라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리고 총을 난사했다. 여성교육에 반대하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짓이었다. 말랄라는 11세 때이던 2009년부터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블로그에 올리는 등 여성교육권 옹호 목소리를 높여온 터였다. 

말랄라는 파키스탄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영국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2월에는 두개골 복원을 위해 티타늄을 삽입하고, 귀에는 청력 회복을 위해 달팽이관을 집어넣는 큰 수술을 받았다. 지난 3월부터는 영국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첫 등교를 하던 날 “오늘은 태어난 뒤 가장 기쁜 날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7월12일은 말랄라에게는 특별한 날이었다. 유엔이 그의 생일을 ‘말랄라의 날’로 축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한 명의 어린이, 한 명의 선생님, 한 자루의 펜, 한 권의 책은 세계를 모두 바꿀 수 있다”며 “우리가 책과 펜을 가질 수 있게 해 달라. 책과 펜은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말랄라를 관통한 한 발의 총알은 전 세계를 흔들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녀들의 75%가 교육을 받지 못하는 파키스탄의 현실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그의 활동을 지원하는 ‘말랄라 펀드’까지 만들어졌다.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분쟁지역 아동들의 교육권에 대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은 지난달 27일 말랄라에게 인도주의상을 수여했다. 오는 18일에는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과도 만난다.

말랄라는 신변 안전 때문에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늘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하지만 탈레반은 지난 6일에도 말랄라에게 살해 위협을 했다. 이들은 말랄라가 서방의 홍보도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할 권리가 있다”며 “나는 교육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서양에서 교육을 받으면 파키스탄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비판에는 “의사에게 동양식 청진기, 서양식 청진기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마지막 말은 “나는 여전히 예전의 말랄라”라는 것이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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