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7일 금요일

‘세계로 가는 통로’ 인도

손지애/아리랑TV 사장

미국과 유럽 및 동북·동남 아시아 할 것 없이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이 유독 서남아시아에서만 잠잠했다. 그 서남아시아의 대표국이 바로 인도다. 그런데 그런 인도가 드디어 한류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반갑게도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도에서는 방송·영화·게임 등 한국 콘텐츠 수요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17일 인도 뉴델리에서 한국의 유일한 국제방송인 아리랑TV가 인도 공영방송사인 두다샨(Doordarshan)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문화·교육·과학·뉴스 등 콘텐츠를 상호 교환, 공동 제작하고 양사 간 인력을 교류하며, 특정 이벤트를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두다샨 방송에 드라마 ‘허준’이 편성된 데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아리랑TV의 다큐멘터리 ‘Korean on the Next Horrizon’이 인도 전역에 방송됐다. 두다샨은 인도 전국에 방송되는 유일한 지상파 방송국으로, 12억 인도인을 대상으로 종합편성 채널과 뉴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인도 간 방송 교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갈랜드, 미조람 등 인도 동북부 지역의 케이블 방송사들이 한국 방송을 전송하면서 ‘케이팝(K-POP)’이 이미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언어와 종교 등 여러 면에서 힌두문화가 주를 이루는 인도 중심부와는 상당히 이질적이고 동떨어진 지역이다. 세계 4대 문명국의 하나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자국 문화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도는 다른 나라 문화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다.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런 만큼 이번 협정은 드디어 인도가 전 세계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을 외면할 수 없어 서서히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인도 양국 간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의제로 미디어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추진한 이번 협정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즉, 한·인 관계가 이제 양국 간 정치·경제를 넘어 문화 분야로 확산돼 보다 포괄적인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 이후 인도가 우리나라의 7번째 교역국으로 부상하는 등 양국 간 경제 교류는 이미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도는 갈수록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다 포괄적인 사회·문화적 교류 없이는 경제 관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인도 순방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간 전방위적 교류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두다샨과 MOU를 체결한 그날 오후 필자는 두다샨 사장과 마주앉아 인도와 한국에 대해 얘기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인도 자체가 하나의 세계다.(India is a world in itself.)” 12억 인구에,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다 보니 공산주의조차 번영하는 나라, 길거리의 구걸하는 사람들과 세계 최고 수준인 전자공학도들이 공존하며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나라다. 한류가 진정한 세계의 문화로 자리잡으려면 반드시 이 거대하고 복잡 다양한 인도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리랑TV의 인도 진출이 단순히 ‘인도로의 통로(A passage to India)’가 아니라 ‘세계로의 통로(A passage to the World)’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아리랑TV와 두다샨이 콘텐츠 교류를 넘어 양국의 문화와 정보를 24시간 제공하는 TV 채널을 교환 송출하게 되면 상호 이해와 친밀도가 급속하게 성장하는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양국 간 방송 교류는 물론, 문화와 인적 교류도 더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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