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3일 월요일

비쉬누 프라카쉬 주한 인도대사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인도 진출 인내심 가져야”


“인도에 박근혜 대통령 팬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2030년까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산층 인구는 6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기업이 인도 시장에 진출할 때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비쉬누 프라카쉬(58) 주한 인도대사는 “박 대통령이 올해 들어 첫 해외순방지로 인도를 선택한 것 자체가 한국과 인도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 간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인도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만난 사람=전석운 사회부장

-정상회담 중 재미난 에피소드는.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 도착하면서 환영인사를 받은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초여름 날씨인데 인도에서는 겨울이라고 하느냐’고 말해 웃음이 번졌다. 박 대통령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 인상 깊었다. 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IT는 물론 무역과 창조경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도 문화와 요리에도 조예가 깊었다. 박 대통령은 ‘타지마할을 보러 꼭 돌아오겠다’고 답했다.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포스코와 인도 마힌드라 그룹 외에 구체적 경협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게 있는가.

“인도의 노벨리스 그룹이 한국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알루미늄 압연과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한국에 공장 2곳을 갖고 있다. 또 인도 나자스탄 지역에 250에이커 규모의 한국기업 전용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입주 기업은 대부분 한국의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인도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인도에서 한국기업의 가전제품 점유율은 55% 정도다. 품질과 가격경쟁력,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어 통했다고 본다. 2030년까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산층은 6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인도는 다양성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라서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다. 인도 시장에 진출할 때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내다봤으면 한다.”

-인도는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지 불과 20여년 만에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다. 인도 경제의 강점과 발전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젊은 인구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도는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유일한 국가다. 2020년 인도 인구의 평균연령은 29세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중국은 39세, 유럽은 47세로 전망된다. 두 번째 강점은 교육열이다. 인도 국민은 교육을 중시하며 수학과 영어에 뛰어나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영어 사용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3억명이 영어를 구사한다. 세 번째로 인도 또한 한국처럼 자유시장경제체제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2030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되리라는 점이다. 2020년쯤에는 중진국 수준의 소비 규모를 가질 것이며 2030년에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IT, BT 등 서비스산업 위주의 성장을 추진했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략을 세운 이유와 배경은.

“1991년 개혁개방 시기 인도 또한 산업화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인도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차지한다. 이를 27%까지 끌어올리고자 한다. 제조업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는 인프라도 갖춰야 하고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 반면 시간이 필요한 제조업과 달리 인도에는 즉시 활용할 자원이 있었다. 바로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영어도 유창하고 수학 실력도 뛰어나다. 이들 인력을 활용해 서비스 산업 성장을 추구한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지난해 12월 인도문화원을 부산에 개원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인도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밀접한 교류를 해왔다. 서기 48년 가야국 김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 공주와 결혼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타고르 시인은 1929년 3·1운동을 예찬한 ‘동방의 등불’을 썼고 1953년 한국전쟁 당시 인도는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했다. 한국과 인도는 고대 문명국가였다. 두 나라 국민은 서로 우호적이며 관심이 많다. 2011년 서울에 인도문화원, 2012년 뉴델리에 한국문화원이 설립됐다. 특히 부산은 한국에서도 인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도시다. 향후 부산에서 인도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인도 외무부의 대변인을 지낸 뒤 근무지로 한국을 택한 이유는.

“우선 동아시아는 인도에 중요한 지역이다. 인도의 미래는 이 지역 국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유일하게 못 가본 나라가 한국이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이유다. IMF 경제위기 당시 한국 여성들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을 선 걸 봤다. 매우 인상이 깊었다. 금을 좋아하는 인도 여성에게 정부가 금을 달라고 하면 ‘차라리 내 남편을 데려가라’고 할 거다(웃음). 이후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 근무를 자원했다.”
<기사 출처 :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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