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1일 월요일

"글로벌 마인드로"… 대형건설사 체질 개선 중

서울 역삼동 GS건설 사옥 화장실. 지난달부터 칸마다 영어로 쓰인 '해우보'(解憂報)가 붙었다. 볼 일 볼 때마다 영어 공부하라는 게 아니다. 해외건설 분야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 수가 최근 4년간 3배나 늘자 글로벌 인사(HR)팀이 부랴부랴 한글 소식지를 영어로 번역해 붙인 것이다. 이준복 HR팀 과장은 "외국인 직원들이 '우리도 회사 소식이 궁금하다'는 항의 아닌 항의를 해왔다"고 웃었다. GS건설의 해외시장 진출이 빨라지면서 경영의 작은 부분까지 세계화하는 셈이다.


대림산업은 사옥 두 곳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운영 중이다. 중동 발주처에서 파견된 인원과 무슬림 직원 30~50명이 하루 3번 기도하러 중학동 사옥 기도실을 찾는다. 이들이 기도하는 시간은 한국인 직원들이 한창 일할 시간이지만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중동공사를 많이 하다 보니 이미 익숙한 문화와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업체가 글로벌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건설은 내수산업'이란 통념은 최소한 시공능력평가 6위 안 업체에겐 안 통하게 됐다.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 4년여가 흐르자 인력구성, 실적, 사업전략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사업수주금액 비중은 글로벌화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전체 수주액 중 해외 비중을 보면 대형건설업체들의 국내 사업 비중은 나날이 줄고 있다. 6대 건설사(현대 삼성물산 대우 대림 포스코 GS)의 해외수주액 비중 평균값은 2009년 35%에 그쳤지만 지난해 처음 50%를 넘어섰다. 6대 건설사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해외수주액 비중 평균값은 60%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해외수주액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 GS건설의 해외수주액 비중은 지난달 기준 이미 73%를 기록했다.

고급기술자 확보, 해외 발주처와의 의사소통 확대 노력 덕에 외국인 직원도 크게 늘었다. 6대 건설회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수는 적게는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으로 2009년보다 최대 6배 뛰었다. 해외 현장에서 채용한 외국인 기술자까지 따지면 최대 1만명에 이르는 외국인들이 한국 건설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대림산업 해외영업팀에서 2년째 근무 중인 불가리아인 이바노바 빌리아나(30)씨는 "한 사무실에도 다른 외국인이 있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연히 업무방식도 바뀌고 있다. 업체들은 대부분 외국인 직원의 채용, 관리, 평가를 전담하는 인사부를 따로 두고 있다. 대림산업은 사내 문서를 영어판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사내 전산망 영어화를 검토 중이다.

앞으로 대형건설업체들 탈토종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공공부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까지 줄어드는 탓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해외 각국을 집중 연구하고 해당 지역정부에 민자사업을 제안하는 '글로벌 마케팅'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덕분에 지난달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국책사업에 서로 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SK건설은 인도와 미국에 엔지니어링센터까지 두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화∙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해외사업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은 이제 끝났다"며 "대형건설사들이 덩치를 유지하려면 글로벌기업이 되는 수박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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