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6일 일요일

"당신이 강간당한다면?" 여대생 강간사건 다룬 인도영화 잇따라 개봉

지난해 발생한 여대생 버스 집단성폭행사건 이후 성범죄에 대한 여론이 떠들썩한 인도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여성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가 제작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강간범 죽이기?(Kill the Rapist?)'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공식 페이스북에 따르면 제작 목적은 '강간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등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이 영화는 오는 12월 여대생 성폭행사건 1주년을 기념해 개봉될 예정이다.

제작자인 싯다르타 제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스 성폭행사건의 잔인함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제인은 "이 영화를 통해 성폭력 이슈에 대한 논쟁을 더 크게 만드는 한편 어느 한 가지 해결방안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리고자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감독인 산자이 첼은 "당신이 우리사회에 사법체제에 대한 신뢰나 존중이 없는 상태에서 강간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첼 감독은 "영화는 주인공인 소녀가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겪는 육체적, 정신적인 여정을 관찰했다"며 "설교를 한다거나 특정한 법적인 입장에 서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영화는 의문부호와 함께 끝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여대생 성폭행범 용의자 4명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음에도 여전히 인도 전역에서는 성폭행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제작자들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동요를 불어넣으려 한다면서도 불필요한 자극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안에 강간 장면은 없다. 이야기는 자신에게 강간범이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얘기하는 3명의 여성 룸메이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인은 "어느 시점이 되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된다. 12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에는 힘의 이동과 강간범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소녀들의 고민 등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위해 이 영화의 수익금으로 반(反)강간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샤히드 카즈미 감독의 '다미니 - 피해자(Damini - The Victim)'와 개봉 예정인 밀란 보믹 감독의 '니르보야(Nirbhoya)' 등 여대생 성폭행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다른 영화들도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성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런 대안영화들과 달리 '볼리우드'로 불리는 인도 상업 영화들은 그간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960~70년대의 영화들은 남성의 구혼을 거절하다가 결국 끈질긴 구애에 못이기는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뤘으며 최근에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미녀들이 춤추고 노래 부르며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영화들이 대다수이다.

한 극작가는 여대생 성폭행 사건 이후 볼리우드 영화를 "끔찍하게 잘못돼버린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볼리우드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업영화가 주인공이 강간범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등 오히려 권선징악을 담고 있어 범죄를 조장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제인은 "인도는 젊은층 중심의 오락영화를 많이 만들고 있다"며 "그러나 영화 제작자에게는 긍정적이고 동기를 부여하며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등 균형 잡힌 영화를 만들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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