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간디도 외면한 문제를 건드린 한국인 여성

인도에 달리트(Dalit)라는 계급의 사람들이 있다. 인도에는 수천 년간 인도인의 생활을 규율해 온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있는데, 브라만(Brahman)·크샤트리아(Kshatriya)·바이샤(Vaisya)·수드라(Sudra) 등의 4계급으로 나누어진 카스트 체제에 속하지 않는 제5계급의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힌두교 교리에 의해 윤회 과정 중에 나타난 사회악으로 취급받는다. 인도의 전역에 거주하며, 인도 전체 인구의 약 15% 이상을 차지한다. 태어난 것 자체가 죄로 취급받기에, 달리트는 인도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멸시와 천대, 소외와 폭력 심지어는 학살에 노출돼 있다. 

비폭력 평화 운동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간디도 달리트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당시 인도의 독립과 민주화라는 우선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신분제 철폐는 우선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 후 인도는 독립했지만 여전히 달리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달리트 문제 해결에 대해 국제 사회나 NGO 역시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어려워했다. 인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있었고, 일부 달리트의 신분 철폐 운동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무장 투쟁이었기 때문에 연대하기를 꺼렸다. 

그런데 가장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정치·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NGO가 이 문제를 놓고 달리트와 연대한다. 내부에서 치열한 찬반 토론이 이어진 뒤 이끌어낸 결론이었다. 그 변화를 이끌어 낸 사람이 국제연대활동가 곽은경(51) 씨다. 국제 NGO 사이에서는 로렌스 곽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 가장 약한 자들의 곁에서 25년간 목소리를 내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가장 걸출한 국제 활동가" - 박원순 서울시장
"한국이 세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인물" - 하비에르 마 이기니즈 이체베리아, 팍스로마나 ICMICA 회장
"그는 사람들을 설득할 줄 알았고, 이성과 감성을 모두 동원하여 주변의 모든 이들을 변화시켰다." - 이브 베르틀로, UN 전 사무총장
"인권과 시민단체의 발전을 위해 일한 그의 업적은 비교 불가능하다" - 앤 베아트리스, 말레이시아 연대활동가
그의 활동은 주변 NGO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소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 앙투안 손닥 신부, 프랑스 가톨릭주교회의 산하 세계 선교부 책임이사

국제인권, 연대 활동가로서 현재 곽 씨가 받는 평가이다. 1987년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NGO 팍스로마나 국제가톨릭학생운동(IMCS)의 아시아 대표로 선발돼 25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인권과 평화를 위해 활동했다.

곽 씨가 활동한 국가는 인도, 팔레스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에라리온, 마다가스카르, 잠비아, 케냐, 라이베리아, 파키스탄, 콜롬비아, 페루, 멕시코, 스리랑카, 팔레스타인 등 이루 셀 수도 없다. 

그는 국가마다 가장 시급한 사안을 검토하고 필요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연대하여 다양한 사업을 지원해왔다. 교육이 필요한 곳에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인권 유린이 심각한 지역은 국제사회에 그 참상을 알리기 위해 자료를 수집, 배포하며 그들 편에서 목소리를 냈다.

25년간 세계 고난의 현장을 누빈 그의 몸 역시 성할 리가 없었다. 허리 디스크로 의사가 당장 쉴 것을 권고했지만 그는 진통제를 한 움큼씩 삼키고 목적지를 향해 비행기를 탔다. 장시간 비행 중에 자기도 모르게 혼절하는 일도 몇 차례나 있었다. 항공사 측은 만류했지만 그럼에도 비행기를 타겠다고 곽 씨는 고집을 피웠고, 결국 항공사는 '어떠한 일이 생겨도 항공사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나서야 곽 씨를 비행기에 태웠다. 



이러한 25년 활동들을 담아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남해의 봄날)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곽 씨는 이 책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주고,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각의 나라마다 문제의 현상이 달랐고, 그에 따른 해결 방법도 달랐다. 그럼에도 이것들을 꿰뚫는 하나의 해결책을 꼽으라 한다면 그것은 '관심'이라고 했다.

"무관심을 그 상황을 유지하는 가장 큰 동조나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상황은 덜 참혹해질 겁니다. 국제 연대의 가장 큰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_ 로렌스 곽, 평화를 만드는 사람 / 곽은경, 백창화 씀 / 남해의봄날 / 288쪽 / 1만 5,000원
<기사 출처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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