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1일 월요일

인도양이 품은 작은보석 스리랑카

1948년 비로소 하나의 나라로 독립한 작은 섬. 오랜 시간 다른 나라의 식민지로 지내왔지만, 고유의 빛을 그대로 간직한 작은 보석. 바로 ’스리랑카’다. 스리랑카는 찬란하게 빛나는 섬을 의미한다. 과연 그 뜻대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만 해도 8곳이다. 두 눈을 황홀하게 해주고,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감을 열어주는 곳. 인도양의 작은 섬 스리랑카는 그 크기는 작을지 모르나 그 곳을 찾는 사람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세월을 간직한 신성한 순례지

성지 순례 유적지에 가면 경건한 기분이 든다. 차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순례지를 돌아볼 때면 그것이 내가 가진 종교와 다를지라도 어느새 걱정을 내려놓게 된다. 스리랑카에는 불교 성지로 유명한 두 곳이 있다. 바로 담불라 황금 사원과 캔디의 불치사다. 신성한 기운도 기운이거니와 그 모습 또한 장관이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담불라 황금 사원은 BC 1세기 무렵 신할라왕조 제19대왕 와타가마니 아바야가 건설했다. 그후로 2200년간 전해져 내려왔다. 종교적인 것뿐 아니라, 뛰어난 예술성도 갖고 있는 건축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늘날까지 불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1991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담불라 황금 사원은 바위산 중턱에 있다. 입구에서부터 석굴 앞까지는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십 분가량 걸어 올라가는 길은 여기저기 눈에 띄는 원숭이들 덕에 심심하지 않다.

석굴 외관은 바위 모습을 최대한 살려 만들어 놓았다. 지붕은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얹어 놓은 모습이다. 제1석굴은 ’데바라자 비하라’다. 가장 오래된 석굴이다. 15m의 커다란 와불이 있다. 제2석굴은 ’마하라자 비하라’로 가장 큰 석굴이다. 마하라자란 위대한 왕을 뜻한다. 총 56개의 불상과 벽화가 있다. 제3석굴은 ’마하알트 비하라’다. 위대하고 새로운 사원이라는 뜻이다. 제4석굴은 ’판치마 비하라’, 서양 사원을 일컫는다. 가장 규모가 작다. 마지막 제5석굴은 ’데바나 알트 비하라’며 새로운 신의 사원을 의미한다. 놀라운 점은 5개의 석굴 안에 있는 불상들 모두가 외부에서 만들어져 옮겨진 것이 아니라 석굴에서 직접 조각된 것이다. 그만큼 정교하고 세심한 작업이다.

캔디에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적지가 있다. 캔디는 스리랑카 국민에겐 정신적 수도다. 캔디 호수 주변으로 형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달라다 말리가와’로 불리는 사원이 나온다. 바로 불치사다. 유네스코는 1988년 불치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전 세계 불교 신도들에게 1순위로 꼽히는 순례지다. 기원전 543년 열반에 든 부처의 치아 사리가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 이 불치는 스리랑카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신앙의 대상이다. 옥쇄를 대신하기 때문에 불치는 권력을 상징했다. 수도를 옮길 때마다 불치도 옮겨졌다. 1815년 영국 식민지가 되기 전까지 신할라왕조의 마지막 수도인 캔디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불치사는 홍차의 나라 스리랑카답게 홍차빛 지붕을 쓰고 있다. 사원은 항시 개방되지만 불치가 모셔진 곳은 하루에 세 번으로 개방이 제한된다. 이곳이 개방될 때는 의식이 행해진다. 화려한 악기 소리가 퍼지고, 예불에 참여하는 스님들이 발을 씻는다. 사람들은 사리함에 공양을 바친다. 이때는 신청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이 외에도 불치사에 오기 전 부처의 치아를 안치했던 곳인 폴론나루와를 추천한다. 이곳 또한 198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스리랑카의 중세시대 문화가 깃든 사원과 수도원을 비롯해, 아름답고 웅장한 불상들이 폴론나루와 고대도시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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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절벽 위의 요새

180m의 거대한 바위 덩어리, 하늘에 떠 있는 바위 요새로 유명한 ’시리기야’다. 세계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기원전 475년에 사자 모양을 한 바위 꼭대기에 성을 지었다. 카사파 1세가 당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후, 동생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요새를 지은 것이다. 드넓게 펼쳐진 정원을 가로지르면 거대한 바위가 우뚝 서있다. 절벽을 따라 올라가야만 비로소 사자성을 볼 수 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두 시간가량 소요된다. 끝없이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위대한 절경이 펼쳐진다. 나선형 계단까지 오르고 나면 바위산 암벽에 고대인이 그린 프레스코화가 기다리고 있다. 1500년 전의 미인도로 22명의 여인들이 그려져 있다. 미인도의 상태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색채와 선이 또렷하다. 이 여인들을 보고 나면 다시 정상으로 향해야 한다.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와 절벽 길로 들어선다. 길의 마지막에는 평지가 나온다. 바로 입구 지점이다. 진정 사자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다. 거대한 사자 발톱을 무사히 통과하면 사자의 입까지 갈 수 있다. 더욱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고지가 눈앞이다. 바위 꼭대기에 지었던 성은 사라졌지만 터는 남아 있다. 황량한 바위에 올라서 있으면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밑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사자를 밟고 올라선 왕이 된 기분이거나, 넓은 대지를 아우르는 신선이 된 것 같다.

남인도에 위치한 또 다른 성지

스리랑카는 인도의 눈물이라고도 불린다. 인도가 흘린 눈물처럼 남인도 바로 밑에 근접해 있다. 스리랑카로 떠날 계획이라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남인도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에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가 있다. 13세기 촐라왕조 수도로 번성을 누린 ’탄자부르’다. 이곳에는 힌두교 성지 브리하디스바라 사원이 있다. 천년 역사를 품은 이곳은 뛰어난 예술기법도 돋보인다.

탄자부르와 인접한 곳에 마두라이가 있다. 마두라이의 인구는 300만명이다. 힌두교의 성지기도 하다. 강가 강이 흐르며, 힌두 사두와 신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칸치푸람도 남인도 최고의 힌두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도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있다. 최초로 해변에 세워진 해변 사원인 마말라푸람이다. 해안에 있는 조각상은 힌두교 시바 신의 영광을 나타낸다.

파라다이스티앤엘(02-2266-2100)은 스리랑카 유적지와 더불어 남인도와 몰디브까지 함께할 수 있는 ’인도양 삼총사’ 상품을 내놓았다. 캐세이패시픽을 이용하는 10박11일 일정의 요금은 399만원, 대한항공 직항 11박12일 상품은 449만원이다. 레드캡투어(02-2001-4500)에서도 스리랑카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한송이 여행작가]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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