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8일 화요일

커지는 디폴트 경보음… 세계경제 불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국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17일까지 현 16조7000억달러인 정부 부채 상한을 늘리지 못할 경우 미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위기를 맞게 된다. 예산안과 부채 상한 증액을 놓고 정치권이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불과 일주일 뒤 ‘빚을 갚지 못하는 불량국’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경보음은 여기저기서 울리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디폴트를 일으키는 것은 미친 짓이지만 더 이상 가능성이 0%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의회가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며 “빚을 갚기 위한 충분한 현금이 없으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지 않도록 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디폴트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은 집권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계속되는 탓이다. 셧다운에 이어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 세계경제는 다시 엄청난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다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 디폴트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그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디폴트는 신흥국과 남유럽 국가들에 특히 가혹할 전망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상당수 신흥국들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만으로도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을 혹독하게 경험한 터다. 한국과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잇고 있는 이들 나라는 외풍에 더욱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리스, 스페인 등 경제 위기를 겪은 상당수 유럽 국가들도 기사회생하려는 순간에 다시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가 커진다고 해서 디폴트 가능성도 커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17일 전 극적 타결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본다. 한은 관계자는 “디폴트까지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7일을 넘긴다 해도 바로 부도사태를 맞는다고 볼 수도 없다.

17일 임박해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2주 남짓의 셧다운 후유증만 남는데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17일 전 타결된다면 미국 경제의 후유증도 그리 크지 않으며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 금융시장 흐름에서도 셧다운의 영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셧다운 돌입 이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6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고 8일 코스피는 2002.76으로 다시 2000선을 돌파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기사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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