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4일 금요일

졸업 후 연봉으로 따져본 '등록금의 경제학'…버지니아大 수익률 17%, 하버드·스탠퍼드보다 높다


메릴랜드예술대 등 64곳은 美 20년 국채수익률보다 못해

[ 김보라 기자 ] “미술사 학위를 따는 것보다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초 제너럴일렉트릭(GE)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미술사 교수와 전공자들로부터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자필로 쓴 글을 올려 사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시장에 대해 말하려 했고, 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 4년간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젊은이들을 격려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에선 청년 실업률이 올라가는 동안 대학 등록금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대학 등록금이 제값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 미국 싱크탱크인 PRC와 리서치회사 페이스케일의 보고서를 인용해 학벌과 연봉의 상관관계와 등록금 대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미국 대학 순위를 공개했다. 페이스케일은 미국 내 900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5~32세 대졸자들은 고졸자보다 연평균 1만7500달러(약 1845만원)를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는 4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포함해 연 6만달러(약 6324만원)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대졸자는 32세까지 고졸자보다 더 적은 돈을 버는 셈이다. 

고졸자와 연봉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전공은 공학이었다. 버클리대 등에서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졸업 후 20년간 고졸자보다 110만달러(약 11억6000만원) 더 번 것으로 집계됐다. 비인기 과목을 전공한 공학도도 20년 뒤 고졸자에 비해 재산이 50만달러(약 5억2700만원) 더 많았다. 

예술과 인문학 전공자들의 지갑은 공대생보다 훨씬 얇았다. 컬럼비아대, 캘리포니아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인문학 전공자들은 20년간 고졸자보다 소득이 14만7000달러(약 1억5000만원) 더 적었다. 

등록금 대비 20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학은 버지니아대였다. 이 대학 졸업자들이 20년간 번 돈에서 비용(대학 등록금)을 제외하고 고졸자들보다 연평균 얼마를 더 벌었는지 계산한 수익률은 17.6%였다. 조지아공대(17.1%), 하버드대(15.1%), 윌리엄앤드메리대와 워싱턴대(14.8%), 스탠퍼드대(14.2%), 매사추세츠공대(13.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153개 학사 학위 중 46개는 등록금을 20년물 국채에 넣어두는 것보다도 훨씬 못한 수익률을 보였고, 18개는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 20년물 국채수익률은 연 3.4%다. 

대학 학위의 효용에 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미국 대학 등록금은 지난 30년간 5배 올랐다. 하지만 대졸자 연봉은 지난 10년간 제자리였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대학생 1인당 부채는 2012년 기준 2만9400달러(약 3000만원)에 달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미국 4년제 대졸자의 42%가 전공과 무관한 단순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출처 :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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