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9일 수요일

인도, 힌두 민족주의 득세로 소수 탄압 우려

ㆍ총선 승리예상 모디 ‘카슈미르 자치 폐지’ 등 공약

인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당(BJP)이 7일 공약을 발표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나렌드라 모디는 이날 ‘인도의 생각들’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경제성장과 힌두 민족주의 강화를 두 축으로 내세웠다. 선거 승리가 사실상 굳어지자 경제문제에 치중했던 행보에서 벗어나 힌두 민족주의 바람몰이와 소수파 억압을 노골적으로 내걸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렌드라 모디
모디는 이날 연설에서 집권 국민회의의 ‘정책 마비’와 부패, ‘세금 테러리즘’ 등을 비난하며 감세와 개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디가 내세운 매니페스토(공약)라 해서 ‘모디페스토’라 불리는 공약들은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정책과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사회·문화정책으로 구성돼 있다. 모디는 낙후한 동북지역을 개발하고 국립농산물유통시장을 개설하겠다고 했고, 검은돈 규제와 암시장 통제도 약속했다. 고속열차망을 구축하고 관광중심지 50곳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잇단 성폭행 사건으로 관광객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파키스탄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잠무카슈미르(인도령 카슈미르)에 자치를 부여한 헌법 370조를 폐지하겠다고 한 점이다. 국민당의 이 방침은 그동안 논란이 돼 왔으나 모디는 “이해당사자들과 폐지 문제를 놓고 토론하겠다”며 폐지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수십년 전 카슈미르를 떠난 힌두교 엘리트 집단 ‘판디트’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잠무카슈미르는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이 1947년 갈라질 때 극소수 힌두 지배층이 인도 귀속을 결정하면서 인도 땅이 됐다. 모디의 계획이 실행되면 또다시 이 지역이 시끄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모디는 또 북부 아요디아에서 2003년 발굴된 힌두교 사원 ‘람 잔마부미’를 재건하겠다고 공약했다. 테러 대책을 강화하고, 방글라데시·미얀마와의 국경 방벽도 완공하겠다고 말했다.

무슬림은 소수파이긴 하지만 인도 인구의 13.4%(약 1억4000만명)를 차지한다. 모디가 집권하면 힌두-무슬림 분열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최대 행정구역인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아킬레시 야다브 총리는 모디가 “국가의 세속주의 틀을 깨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피 은행을 접수한 드라큘라처럼 군다”며 맹비난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이 전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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