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 두바이법인 어음사기…글로벌대응 미숙 우려 숙제
삼성은 당황했고 인도 현지 당국도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 대법원으로부터 6주 이내에 법정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외신 등 세계 언론의 시선이 꽂히고 있다.
유수 글로벌 기업 오너에게 제시된 기간을 넘기면 인도 입국 때 체포가 가능하다는 출두 명령이 내려진 점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체포 가능성 등 선정적 이슈에 일단 관심이 집중됐고, 이런 상황이 삼성은 물론 여타 글로벌 기업의 인도 투자 가능성을 위축시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현지언론인 이코노믹 타임즈가 고위 상공부문 공직자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 내 우려 기류를 전했고 AFP통신 등이 이를 인용하면서, 실제 삼성 등의 인도 투자 위축 등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이 피해자' 기본틀, 그러나…
삼성 스스로가 인도에 큰 손 투자자인 동시에 인도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강한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며 정부 당국의 조율에 의한 해법은 화수분이라기 보다는 일정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을 난관에 빠뜨린 사건은 일찍이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인도 회사인 JCE컨설턴시는 삼성전자로부터 140만달러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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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 소송에 따라 출석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모았다. 인도 대법원이 다소 무리한 결정을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사건 여파로 해외기업의 인도 투자가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서초동 삼성 본관. ⓒ 프라임경제 |
이 어음은 삼성의 두바이법인 관계자와 다른 회사와 공모하고 위조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기본 전제다.
140만달러짜리 어음을 확보한 뒤 이를 교환하려 했지만 이 어음이 가짜라는 이유로 돈을 받지 못하자, JCE컨설턴시는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였던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수 차례의 출석 명령에도 당사자들이 나타나지 않자 인도 고등법원은 2012년 이 회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 등 피고소인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2년이 흘러 이번에 대법원이 출두 명령을 낸 것이다.
우선 JCE컨설턴시가 형사 고소를 진행한 상황에 삼성이 '끌려다니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 삼성전자 측(인도법인)이 소명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다시 삼성이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두바이에서 위조돼 피해자가 된 삼성이 다른 국가인 인도에서 제기된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슈가 된다.
◆"대응능력은 충분? 민간형사소추 등 교훈은 있다"
이번 사건은 전체적으로 볼 때 억울하다기보다는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대응능력을 판단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도 관련 연구자모임인 사단법인 인도연구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문제를 놓고 "두바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전제했다. 이러면서 "사건에서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JCE가 인도에 적을 두고 있는 인도회사인지라, 인도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삼성이 인도에 투자한 법인이 있어서 이를 두고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연관시켜선 안 된다"고 일부 한국 언론의 애국적 해석론에 우려를 표했다.
마찬가지로 "이 회장이 소송에서 지목된 것에는 인도에 투자한 삼성에 대한 연관이 아니고 두바이 사건과 관련한 당시 삼성전자 대표였기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인도회사가 인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절차 등에 있어 인도 법원은 독립적 판단을 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의 일련의 과정에 삼성(직원)의 대응이 과연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보호할 만큼 제대로 이행됐느냐를 두고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을 보탰다.
소송 시스템은 크게 영미법(보통법)계와 대륙법계로 나뉘며 국가별로 다른 점이 많아 글로벌기업으로서는 대응 능력 강화가 필수요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판적(재판을 어느 곳에서 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법리문제) 문제를 기본적으로 매번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없다면 적어도 자신이 진출해 있거나 이해 관계가 밀접한 국가에서의 소송 대응력을 챙길 필요가 있다.
반대로 냉정한 얘기지만, 만약 이번 사건이 어음의 위조 자체를 차치하고라도 우리 기업과 전혀 연관이 없거나 경제적 시각에서 큰 주목성이 없는 나라에서 제기됐다면 전면 패소를 하도록 방치해도 실질적인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진단된다. 문제는 인도는 우리가 가볍게 대응하기엔 중요성이 큰 주요시장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도의 어음 관련 소송과 소환 등에서 나름대로 대응했으나 결국 오너 소환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고전한 경험은 시사점이 크다. 국가기관인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우리와 달리, 영연방 중에는 과거 영국의 오랜 전통에 따라 민간에 의한 형사소송 제기(소추) 흔적이 남은 시스템을 가진 경우가 있는 등 눈여겨 볼 대목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인도연구원의 분석처럼 삼성의 대응이 충분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고 볼 수 있다. 장기간 끌려다니는 양상이 빚어지는 이번 사건의 틀은 결국 경적필패(輕敵必敗) 문제인 셈이다.
◆인도, 세법 복잡성 이어 노동법 문제도 언젠가 극복해야
이번 인도 리스크의 교훈은 또 있다. 인도는 세법의 복잡성 등으로 이미 악명이 높다. 일부 해외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 등의 요청에 따라 근래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요주의 대상이다.
노동법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노동법을 제정하고 이 법의 전국적 획일성을 위해 노력하나, 주정부 재량이 크다. 주정부는 경우에 따라 각 주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법을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삼성이 브라질에서 노동 환경 관련 악재로 피소되는 등 상황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인도 진출 때 이번 소송 경험과 다른 지역에서의 경험을 종합해 보다 세련되고 밀착화된 대응 전개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이 이번 소송에서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송 제도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의 보완이라는, 쉬어가는 페이지로 이번 사건의 효과를 살리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특히 인도 등 대형시장은 소송시스템은 물론 노동법 등 여러 제도들을 챙길 요소가 많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진출하면 언제든지 이런 대형 악재가 돌출돼 나오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기사 출처 : 프라임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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