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일 화요일

"한국과 인도 운명을 가른 것은 정치 지도자의 의지"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건 사회적 규범입니다. 규범은 고정된 게 아니라 변화하는데 한국은 사회적 규범을 바꿔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죠." 

한국을 방문한 인도 출신 코식 바수(Kaushik Basuㆍ61)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가 3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경제발전의 사회적 기초와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바수 부총재는 "일반적으로 어떤 민족의 사회적 규범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 민족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규범은 변화무쌍한 것"이라며 "규범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선 처음으로 강연을 한 바수 부총재는 미국 코넬대학 경제학과 교수, 인도 재정부 수석경제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부총재로 임명됐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인도의 경제성장을 사례로 들며 한국에 비해 뒤처진 이유는 정치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바수 부총재는 "1960년대 한국과 인도는 경제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었지만 그 이후 한국은 성공했고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며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 정권은 처음에 중공업을 육성시키려다가 한국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경공업부터 시작했다"며 "인도는 법, 사회제도 자체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못해서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역사적으로도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능력은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바수 부총재는 "고대 그리스는 철학자들 덕분에, 이탈리아 로마시대엔 미술 덕분에 융성할 수 있었다"며 "박근혜정부가 무언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창조력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경제석학인 바수 부총재는 기존 경제학 모델에 대해선 끊임없는 자가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학에선 합리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경제활동에선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은 모델을 만들어 경제를 예측할 수 있을 거라고 가르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 뒤 "실제 시장에선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다이내믹한 변수들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휴먼 섹터가 포함된 경제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수 부총재는 `믿음` 역시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면 우리는 먼저 가고 싶은 장소에 도착한 뒤 택시 운전자에게 계산을 하는데, 이런 간단한 경제활동에서도 믿음이 없다면 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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