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의 미국 대리모를 통한 자녀 얻기가 성행하고 있다. 10만 달러(1억 1100여만원)정도 들이면 중국내 1자녀 정책을 피하고 자녀에게 미 시민권까지 부여할 수 있는 데다가 더 크고 더 똑똑한 자녀를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미국에서는 다수의 대리모 에이전시들이 불임이거나, 1가구1자녀 정책을 피해 아이를 더 갖고 싶거나, 자녀에게 미 시민권을 주고 싶어하는 중국 부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시민권자 자녀를 통해 미국으로의 가족이민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미 시민권자는 21세가 되면 부모를 위해 그린카드(영주권)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대리모 에이전시들은 정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2년새 미 대리모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불임병원과 대리모 에이전시들은 중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사업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스턴에 위치한 대리모 에이전시 '써클 서로거시(Circle Surrogacy)'의 존 웰트만 대표는 "지난 5년 동안에는 6건의 중국인-미 대리모 계약밖에 없었지만 올해들어 중국으로부터의 문의가 폭증하고 그중에는 다음 3~4달 중 계약이 성사될 듯한 매우 구체적인 논의도 많았다"고 말했다.
써클 서로거시는 1년에 약 140건의 대리모 출산을 관리했는데 그 중 65%가 외국인의 대리모를 통한 분만이었다고 말했다. 이 에이전시는 캘리포니아와 상하이에도 사무실을 낼 예정이다.
하지만 대리모 분만은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이 극대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미국측 사무소는 자신들은 대리모와 부모 사이의 관계설립을 독려하는 반면 중국 고객들은 대리모와의 관계를 순전히 상업적 거래로만 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대리모 사무소는 중국내에서 대리모는 불법이기도 하지만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아시아의 정서상 아기가 대리모를 통해 태어났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가짜로 임신한 척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리모출산의 높은 경제적 효용?
대리모를 통한 아기 낳기는 크게 보면 미 시민권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시민권을 위해서라면 중국인 역시 원정출산까지 감행한다.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누구든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획득한다. 이에 따라 배가 부른 중국 여성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미 이민국 통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의 미국 방문은 두배로 늘었다. 2010년에 100만이었던 중국인 방문자는 2012년에 180만으로 증가했다.
웰트만 대표는 중국인의 원정출산 열풍의 배경에는 미 시민권은 물론 자녀가 미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리모를 통해 아기 얻기와 원정출산에는 중국 부자들의 경제적 이해타산도 숨어있다.
중국정부나 사회에 부패척결 등의 정풍(整風)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일부 부자들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는 '출구'이다. 이들은 자녀에게 생활비나 유학자금 등을 보내는 식으로 해서 중국보다 사유재산의 보호가 강한 미국에서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려고 한다.
비용면에서도 대리모 출산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사업장을 세워야 겨우 EB-5비자를 얻을 수 있는 투자이민보다 대리모 출산이 비슷한 효과에도 더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중국 에이전시들이 제시하는 대리모 패키지는 대체로 12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다. 가장 높은 비용을 제시한 에이전시는 "비행기표와 체재비용 포함 30만 달러에 4인가족 모두가 미국으로 이민올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리모를 얻고자 하는 부모들은 대리모에게 2만 2000~3만 달러, 에이전시에 1만7000달러, 그리고 1만 3000달러의 법률관련 비용을 낸다. 난자증여가 이루어는 경우 추가로 1만 5000달러, 산전 비용과 분만비도 9000~1만 6000달러 든다.
이 비용은 일반적인 미국인에게도 만만찮은 액수다. 이에 따라 중국 부자들의 미국러시와 달리 많은 미국인 부모들은 싼가격을 찾아 인도를 건너가 미국인 대리모가 아닌 인도 대리모를 찾고 있다.
◇불임 극복을 위해, 2번째 자녀를 위해
불임부부인 상하이의 사업가인 토니 지앙과 그의 부인 체리는 중국내에서 두번이나 대리모출산이 실패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태국, 인도, 우크라이나까지 대리모를 알아보던 부부는 더 나은 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시스템을 가진 미국을 최종 선택했다.
부부는 마침내 2010년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인 대리모를 통해 딸을 얻었고 뒤이어 같은 대리모에게 쌍둥이 동생도 얻었다.
자신들의 성공에 고무된 이들은 지난해 중국에서 대리모 컨설턴트를 세워 지금까지 75건의 대리모 출산을 중개했다.
대리모출산은 불임부부는 물론 2번째 자녀를 갖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이고 있다. 중국은 1979년 가족계획 정책에 따라 한 가정당 1자녀만을 허용하고 있다.
대리모 에이전시들은 고객 중 상당 부분이 정부관리거나 국영기업 임직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두번째 자녀를 가진 것이 알려지면 해고되거나 중국공산당의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해외에서 두번째 아이를 낳는 것도 불법에 해당된다. 하지만 1가구 1자녀 정책을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두번째 자녀가 사실상 용인된다. 또한 중국법상 해외에서 대리모를 통한 자녀 낳기는 불법이 아니다.
◇더 크고, 더 똑똑한 '남아'를 '디자인'한다
중국의 대리모 에이전시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난자와 정자를 이용해 아기를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점점 많은 수의 부부가 난자를 기증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대체로 선호되는 것은 아이비리그 출신 아시아 여자의 난자다.
하지만 일부는 키큰 금발의 유전자를 선호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대리모 에이전시 관계자는 "키큰 금발 여성의 난자도 선호하는 중국 고객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시들에 따르면 이들 중국 고객들은 중국과 서구의 유전자가 합쳐져 더 똑똑하고 외모가 좋은 자녀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는 중국인들은 노골적으로 남자아이를 갖기를 원한다. 원하는 성의 아기를 갖는 것은 미국의 체외수정(IVF) 기술로는 일도 아니다. 이에 더해 유전병 없는 더 건강한 아기를 갖기 위한 유전자선별도 이뤄지고 있다.
"당신은 이제 더 나은 아기를 '디자인'할 수 있다"고 대리모 에이전시는 말한다. 중국의 미국 대리모 출산과 함께 바야흐로 '아기 디자인'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사 출처 : 뉴스1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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