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5일 수요일

인도 성폭행범 아내의 수난… 남편 사형선고, 아들과 생계 막막

지난해 12월 뉴델리의 한 버스에서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상처를 입혀 숨지게 한 혐의로 악쉐이 쿠마 싱(28) 등 4명의 범인에게 인도법원이 사형 선고를 내린 지난 13일은 싱의 아내 푸니타 데비(21)에게 청천벽력 같은 날이었다. 남편이 죽음에 직면한 사실보다 두 살배기 아들과의 생계가 막막해진 현실 때문이다.

데비가 사는 곳은 인도 동부 비하르주(州) 카르마라항 시골. 여성은 홀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매우 보수적인 지역이다. 여성은 돈도 벌 수 없다. 그는 교육도 받지 못했다. 시집 와서 오로지 남편만 보고 살았다. 데비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살인자라는 손가락질보다 더 무서운 건 남편 없는 여자가 됐다는 것”이라며 “누가 나와 아들을 먹여 살려주느냐”고 울먹였다.

남편의 가족들도 등을 돌렸다. 싱의 범죄로 인도 전역이 들썩거리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기 때문이다. 싱의 형들은 “우리도 직장을 잃었고 가족을 돌봐야 한다. 동생 가족까지 돌볼 여력이 없다”고 했다. 시댁과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데비 집안도 보수적이고 가난하다. 데비의 아버지는 “시집 간 딸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싱의 변호사는 “여대생 성폭행 사건은 도시·시골 간 여성에 대한 인식의 간극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도시에선 여성의 지위 향상이 이뤄졌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여성은 남편의 부속물로 취급된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도 빈번하다. 또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대생은 한밤중에 버스를 탄 뒤 변을 당했고, 범인들로부터 고문 같은 상처를 입었다. 그는 법원에 문화적 차이를 감안,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고 항소할 계획이다.

WSJ는 “인도 도시에서는 여성 정치인이 배출되고 있지만 12억 인구 중 70% 가까이가 시골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시골 지역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출처 :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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