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인도 정부와 힌두 사원간 '금전쟁' 시작

정부는 사원보유 2000톤 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려고 시도

사원들은 신에게 바쳐진 봉헌물이라며 반발


수백년간 사원에 봉헌되고 보관돼온 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인도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힌두 사원간의 '금 전쟁'이 시작됐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 힌두 사원들의 금 보유 정보를 요구하는 인도중앙은행(RBI)에 대형 힌두 사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도 사원에는 인도가 보유한 금의 절반이 잠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RBI는 인도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금수입을 줄이기 위해 일련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힌두 사원들에 서한을 보내 보유하고 있는 금에 관해 조사를 시작했다.

RBI는 단순한 자료수집 목적이라고 했지만 힌두교 단체들은 이를 금을 압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힌두교 단체 관계자는 "사원이 보관중인 금은 오랜 세월에 걸쳐 기부자들이 봉헌한 것으로 이를 빼앗으려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인들은 매일 2.3톤 즉 작은 코끼리 한마리 무게의 금을 구입한다. 인도인들은 이를 우선 신을 모시는 사원에 봉헌하고 남은 부분을 개인적으로 보관한다. 각 가정에서 금장신구들은 가보로 물려내려지고, 인플레이션이나 급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골드바와 금화도 비축됐다.

하지만 이런 관습 때문에 인도경제는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금수입액은 올해 3월말까지 1년간 540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했다. 이는 생필품을 제외한 품목 중 최대 수입품이면서 2012/13회계년도의 재정적자폭을 확대시킨 장본인이었다.

케랄라 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구루바유르 사원은 이미 RBI에 금보유량을 밝히지 않겠다고 알린 상태다. 구루바유르 사원은 33.5미터에 이르는 금도금 깃대가 명물인 곳이다.

구루바유르 사원 측은 "금은 대부분이 기부자들에 의해 봉헌된 것"이라면서 "누구에게도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인도의 사원에는 2000톤의 금이 보관돼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40억 달러(90조 3000억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신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복을 기원하기 위해 금장신구, 골드바, 금화, 심지어는 신체의 일부를 본뜬 형태의 금덩어리 등으로 봉헌됐다.

올해 인도정부와 RBI의 최우선 목표는 금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금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감춰진 금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금수입세는 기록적인 10%가 됐고 금수입의 20%가 금세공품 형태로 다시 수출돼야 한다는 정책에 금 시장이 압박을 받아 최근 두달간 금구매가 대폭 감소했다. 그리고 이제 인도정부는 국내에 감춰진 금을 찾아내는데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힌두 내셔널리즘을 표방하는 야당인 인도인민당(BJP)의 당수인 V 무랄리드하란은 RBI가 금을 모르려는 이유를 금을 "압수"해 팔아서 달러화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료수집 목적?

하지만 RBI는 "이 시점에서 사원이 보관중인 금을 금괴로 바꿔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서한에서 밝혔다.

하지만 대형 사원에 이들 편지가 보내진 후 한 인도내 언론매체는 이 편지가 금수입과 2월 금융권 밖에서 이뤄진 대출 문제로 인도정부가 신규 금공급을 위해 대형사원 등의 금 국내보관분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공급을 위한 수단"이라는 제목의 보도는 국내 금의 재활용이 이 서한을 보낸 진짜 목적이라고 추측했다. 인도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일반인도 곱게 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케랄라 주의 한 사원에서 만난 한 신도는 사원에 봉헌된 것들은 계속 사원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목적이 있어서 신에게 봉헌한 것이므로 어느 누구도 그것을 가져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케랄라 주의 2800곳의 사원의 행정을 관할하는 3대 주요 사원 이사회 중 하나인 코친 이사회는 RBI의 요청에 대해 거부방침을 나타냈다. 다른 한곳은 입장을 정하지 않았고 다른 한 곳은 서한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사원들은 보안 문제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고 일부 부자 사원들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 금속탐지기로 출입자들을 검색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하지만 사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사원들이 수백년간 모은 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봉헌물을 가지고 최소 일년에 한번 구루바유르 사원을 찾는다는 샨카람 쿠티 씨는 "모든 사원들이 보유 자산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원의 자산을 공개하는데 찬성한 사원들도 있다.

유명인들의 자주 찾는 뭄바이의 슈리 시드히비나약 간파티 사원은 이미 보유한 금 일부를 은행에 맡겼다.

간파티 사원의 슈브하시 비탈 마예카르 행정 신탁 회장은 "우리가 가진 금은 국가의 자산이며 우리는 인도가 이로부터 이득을 얻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RBI로부터 서한을 받지 않은 상태다.

이뿐이 아니다.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사원으로 간주되는 티루파티 사원은 2250킬로그램의 금을 인디아스테이트은행(SBI)에 기탁해 이자를 받는다.

구루바유르 사원은 금보유분 공개를 반대하지만 보유중인 금을 국내 금유통시장에 내놓는 데는 반대하지 않아왔다.

구루바유르 사원의 한 소식통은 "우리는 사원에서 팔 금 펜던트를 만들기 위해 금 보유분 일부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주거래은행인 SBI를 통해 뭄바이 주조국으로 우리 금을 보내 펜던트로 바꾼 후 사원 방문객에게 판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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