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인도 '범죄정치인 보호' 행정명령안 무산 수순

황태자 라훌 간디 국민회의당 부총재 '작심발언'으로 위력 과시

인도 여당인 국민회의당의 라훌 간디 부총재가 유죄선고를 받은 정치인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행정명령안에 강력히 반발, 행정명령안을 사실상 폐기시켰다.

간디 부총재는 지난 28일 국민회의당 기자회견장에 불쑥 나타나 "행정명령안이 완전히 난센스이기 때문에 폐기돼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고 인도 언론이 30일 전했다.

그는 "정부가 행정명령안을 최근 각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정당들은 이제 정치적 고려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디 부총재의 이 발언은 서명권자인 프라납 무커지 대통령의 이의 제기에 맞장구를 친 것으로, 이로써 인도 의회에 이어 정부까지 가세해 유죄선고를 받은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해온 행정명령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결국 내년 5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간디 부총재의 위력이 또 과시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라훌은 인도 현대정치사를 주도한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다. 이 가문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와하를랄 네루 초대 총리부터 딸(인디라 간디), 외손자(라지브 간디)까지 3대째 총리를 배출했다. 소냐 간디는 라지브 간디의 부인이고 라훌은 아들이다.

라훌의 이날 발언은 만모한 싱 총리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각의에서 통과시킨 행정명령안에 대해 서명권자인 무커지 대통령이 이의를 제기한 직후 나온 것이다.

행정명령안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연방 및 지방의회 의원들이 범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항소단계에 있는 경우에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한 현행 국민대표법에 문제가 있다며 시민단체가 낸 소송에 대해 지난 7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당시 유죄선고를 받은 연방 및 지방의회 의원의 자격을 박탈하고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유죄선고를 받은 연방 및 지방의회 의원이 의정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되 의안 투표권은 박탈하고 세비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안을 승인했다.

라울 간디 부총재의 이번 발언이 여당 총재인 소냐 간디와 조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싱 총리는 라훌의 발언에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싱 총리는 귀국하는 대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일단 밝혔다. 

라울 간디는 이후 싱 총리에게 보냈다는 서한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서한에서 "행정명령안이 정부나 당 지도부의 견해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당신을 여전히 가장 존경하며 논란이 매우 많은 문제에 관한 나의 소신을 이해해달라"고 '톤'을 낮췄다.

소냐 간디 총재도 싱 총리에 대한 존경심을 거듭 표명하며 정부와 여당간 '대립상황'을 해소하려 했다.

라훌 간디 부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그동안 행정명령안에 반대하면서도 표출을 못해왔거나 언론을 통해 행정명령안을 옹호해온 국민회의당 간부들은 즉각 그의 편임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의 고위 관계자는 "행정명령안이 난센스임을 라훌 간디가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인도 정부는 물론 다른 나라 정부도 실수할 수 있지만 국민회의당의 '퍼스트 패밀리'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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