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5일 목요일

인도는 아직도 '슈퍼맨'을 기다리는가

column of the week - 에스와르 프라사드 <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 >

환율 급락·성장률 추락 등 새 중앙은행 총재 어깨 무거워
정부가 경제개혁 칼 빼야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인도 경제가 위태롭다. 성장엔진은 빠르게 식고 있고, 환율은 곤두박질치는 등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위기가 한창인 와중에 새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한 라구람 라잔의 어깨는 무겁다. 마치 나라를 구할 ‘슈퍼맨’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건 한 사람만으론 불가능하다. 그가 놀랄 만한 경제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외국인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정치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인도 정치권의 최전방에 선 결정권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경제정책은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제 기능을 못한다. 아마도 인도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만약 다른 정책들이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경제는 더 망가질지도 모른다. 

라잔 총재 혼자 슈퍼맨이 될 수 없다면 만모한 싱 총리는 그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방법은 명확하다. 정부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정치 개혁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인도 정치는 과거에 사로잡혀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아왔다. 하지만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정치 개혁 반대론자들도 전방위적 개혁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시점이 지금이다.

인도 정부는 망가진 경제를 성장궤도로 다시 끌어올리고,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묘안이 여기에 있다. 

우선 광범위한 개혁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이 아젠다에는 꽁꽁 묶었던 고용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공공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를 허용하는 것,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적자 상태인 예산안을 뜯어고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런 변화는 단기적, 장기적인 이익을 모두 보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을 과보호해 온 노동조합법을 바꾸면 기업의 고용유연성이 향상될 것이다. 

둘째, 인도 정부는 경제 개혁을 위해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저소득층 지원금, 금융시스템 자유화, 자본유입 창구 확대 등 이미 진행 중인 몇몇 개혁 과제들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비용이다. 

라잔 총재는 이 같은 조건이 받쳐줄 경우 금융시스템 개혁에 힘을 보탤 것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경쟁하는 새로운 은행들의 등장을 반대할 리 없다. 또 그는 회사채 시장과 장기투자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등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총대를 멜 것이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의 역할은 인도 정부가 손뼉을 맞춰주지 않는 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단호하고 명확한 정부의 정책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어떻게 인플레이션과 환율 문제, 저성장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인도 정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끌어안으면서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 더 넓은 의미의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도 사회에는 ‘지난 몇 년간 눈부신 성장의 열매를 일부 엘리트 집단이 다 따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경제가 무너지고 물가가 올랐을 때 피해를 입은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많다.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해 날카로운 칼을 뽑아들고, 금융시스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도 경제는 결정적인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개혁 성과를 따지거나 지금 어려운 시기라고 슬퍼할 시간조차 없다. 정책 결정자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새 시대를 맞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야 한다. 나라 안팎으로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인도 공무원들은 위기에 대비하고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밧줄을 꽉 잡아당겨야 한다.

정부는 이 태풍에 물러서기보다 개혁의 방패를 들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이것만이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해 저소득층을 포함한 인도 국민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길이다. 그뿐만 아니다. 정부가 개혁에 나서는 것은 인도에 등을 돌린 외국 자본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자, 닫혔던 내국인 투자자들의 지갑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기사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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