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0일 화요일

인도 '강간공화국' 오명탈피 아직 요원

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발생한 버스 여대생 집단성폭행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로 강력한 성범죄법 제정, 경찰 개혁 등이 이뤄졌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도의 성폭력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활동가들은 23세 여대생에게 행해진 이번 범죄가 그간 자신의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금기시 됐던 강간에 대한 논의를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뭄바이에서 발생한 여성 사진기자 성폭행 사건 등을 비롯해 지속되고 있는 집단 성폭행 사건들은 여전히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란자나 쿠마리 사회연구센터 소장은 "뭄바이에서 발생한 사진기자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한 여성이 같은 용의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에 나서는 등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며 "이전에는 강간에 대해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지만 이제 그 침묵은 끝났다"고 말했다.

쿠마리 소장은 그러나 "사람들이 강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음에도 여전히 많은 당국 관계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체계는 여전히 심각하게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여대생 윤간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은 '신속처리' 원칙이 적용돼 10일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재판 기간만 8개월이 넘었다.

인권운동가들은 빠른 재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강간 재판의 경우 수년이 걸리고 있다며 판사들의 사고방식을 문제 삼았다.

지난달 자신의 가정부를 성폭행한 용의자를 무죄판결 처리한 뉴델리 지방법원의 비렌더 바트 판사가 "버스 여대생 윤간 사건 이후 전례없이 허위 강간 접수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한 일도 운동가들을 언짢게 만들고 있다.

바트 판사는 "'강간을 당했다'는 여성의 단순한 진술이 마치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내 '강간 수도'로 불리는 뉴델리의 올해 상반기 강간사건 신고 건수는 800건을 넘어가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수만 날와 뉴델리 경찰청 여성청소년 담당 부청장은 "신고건수의 급증은 피해자들의 자신감이 늘어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고 있는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는 지난 2008~2011년 동안 시행됐던 뉴델리의 '성 민감화' 프로그램을 다시 이끌어냈다.

뉴델리 경찰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화 상담 서비스 회선을 늘렸으며 경찰서 내 24시간 상담 창구도 개설했다.

날와는 "성폭력이 그간 뒷전으로 밀렸었다면 이제는 최우선 처리대상이 됐다"며 "우리는 성폭력 범죄를 가장 높은 수준의 경찰력을 투입해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강화시킨 강간방지법을 발의해 지난 3월 국회 승인을 얻어냈다.

새로운 강간방지법은 성폭행 범죄자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사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폭행사실을 제대로 등록하지 못한 경찰관을 처벌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전인도진보여성연합의 활동가 카비타 크리쉬난은 "인도의 성폭력에 대한 투쟁과 이를 대중 운동으로 변화시킨 것에 대해 전 세계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활동가인 쿠마리 소장은 여전히 무심한 당국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들이 충격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마리 소장은 "강력한 처벌조항을 포함한 새로운 법안이 나쁘지는 않지만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는 수천건의 강간 사건과 매우 낮은 유죄 판결율로는 성범죄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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