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일 월요일

4일 취임 인도 중앙銀 총재 라잔 "IMF 구제신청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릴 계획은 전혀 없다.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

추락하는 인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 라구람 라잔(50)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사방에 팽배한 인도의 외환위기설을 일축했다. 오는 4일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에 공식 취임하지만 이미 언론의 조명은 그에게 쏟아진 지 오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경제학자인 만큼 기대와 관심도 높다.

라잔 신임 총재는 인도 경제지인 비즈니스 스탠다드(Business Standard)와의 2일자 인터뷰에서 “인도는 부채상환을 위해 IMF에 금을 맡길 계획은 없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인도는 지난 1981년 11월과 1991년 1월에 이어 같은 해 10월에도 금융위기를 맞아 갖고 있던 금을 담보로 IMF 차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최근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2786억달러 수준. 수입량의 6개월 분을 지불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인도 루피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1991년처럼 구제금융을 받던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9일 IMF가 인도의 경제위기를 공식 언급하고 구제금융 신청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하면서 인도의 구제금융설은 확산됐다. 당시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높은 인플레이션, 기업의 고위험 차입, 과다한 외자 의존도 등은 인도의 고질병”이라면서도, 인도의 구제금융 신청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최근 인도의 경제 지표는 날로 나빠지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이 외환개입에 나서는데도 루피화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 부근을 맴돌고 있다.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상승도 계속되고 있다.

2일 발표된 인도 제조업PMI마저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인도 제조업 PMI는 48.5를 기록,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다. HSBC 인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줄어들고 새 주문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지표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구원 등판하는 라잔 신임 총재에게 거는 기대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가빈 데이비스 풀크롬 자산운용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인도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거나 정책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정책을 끝내야 한다”며 “라잔 신임 총재는 경제회복을 하기 위해 인도 루피화 가치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라잔 신임 총재는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나 영국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처럼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주도권을 잡고 인도의 거시경제 정책을 바꿔 인도 금융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것도 인도의 위기를 불거지게 했지만 그간 지나친 통화확대정책을 펼쳐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를 만든 인도 중앙은행도 위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퇴임하는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가 이례적으로 통화정책의 잘못을 시인하고 정부를 매섭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바라오 총재는 지난 29일 임기 마지막 공개 연설에서 “경제성장률에 집착한 나머자 정부가 재정정책을 지나치게 느슨히 유지했다”며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운신 폭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라잔 총재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첫째,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과 협의해 RBI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고, 둘째, 통화정책을 결정할 새로운 통화정책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인도의 외채만기를 어떻게 차환하고 관리해나갈 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내년 인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라잔 총재가 얼마나 정치권을 설득하고 발맞춰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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