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9일 월요일

외환위기설 인도…왜 유독 극심하게 요동칠까

한때 중국과 함께 떠오르는 신흥국의 선두 대열에 서있던 인도가 비틀대고 있다. 지난 10년 성장 가도를 달려오던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루피화 가치,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갈수록 완만해지는 경제 성장률까지 삼중고가 겹쳤다. 외환위기 재발의 경고등까지 켜졌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 정치인들은 세계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였고, 인도 군사력은 나날이 강화됐으며, 인도 경제는 날로 탄탄해지는 듯했지만 최근 상황은 영 딴판”이라고 보도했다.

◆ 인도 루피화 가치 사상 최저

인도 루피화 가치는 연일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19일 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미 달러화 대비 루피화 환율은 62.48루피까지 올랐다(루피화 가치 하락). 인도 정부는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루피화 가치는 최근 2년간 30% 가량 하락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만 14%가 가까이 떨어졌다.

전망도 밝지 않다. 루피화 환율은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많다. 65루피 수준까지 오를 거란 진단도 나온다. 지난 1991~1992년 인도 외환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당시 루피화 가치는 37% 가량 하락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을 기념했던 지난 15일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올해를 인도가 국제금융시장에 예속된 해로 기억할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썼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글로벌인사이트 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도는 ‘아시아의 환자(Sickman of Asia)’”라고 불렀다.

위기론이 고조되자 만모한 싱 인도 총리까지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불안 달래기에 나섰다. 싱 총리는 17일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2790억달러로 6~9개월은 버틸 수 있다”며 “15일분에 불과했던 1991년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당시 인도는 채무불이행 직전에 이르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을 담보로 22억달러의 차관을 받은 바 있다.

◆ 왜 유독 인도의 타격이 큰가

인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다.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켜온 양적완화 정책이 축소되면 그간 인도 등 신흥국가에 투자됐던 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인도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SENSEX) 지수가 하루 만에 4% 급락한 것도 지난 15일 발표된 미 경제지표가 개선된 탓이 컸다.

하지만 유독 인도의 동요가 극심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인도 경제 내부의 문제를 지목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인도의 관료적 형식주의, 취약한 인프라, 개혁하지 못하는 무능력함 등이 문제라고 꼽았다. NYT는 “지금까진 12억 인도 인구가 지닌 가능성에 매료돼 만성적인 재정 적자 등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미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이 임기응변식으로 나오고, 내놓는 정책마다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인도는 해외자금 유치에 힘쓰고 자본유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모두 루피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일부 정책은 투자자들의 우려만 사고 있다. 지난 14일 인도 중앙은행이 내놓은 해외투자 규제책에 대표적이다. 이날 인도 중앙은행은 연간 해외 송금 한도를 20만달러에서 7만5000달러로 축소하고 당국 승인 없는 해외 투자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인도가 20여년 전 폐쇄형 경제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느끼기 충분했다”며 “일부는 투자금이 묶이는 것 아닌지 걱정했다”고 전했다. 또 NYT는 “글로벌기업들은 인도의 각종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도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제를 완화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

인도 정부는 연일 투자자들을 달래느라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금융규제안은 없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언제든 인도에서 투자금을 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 경제가 악순환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경제가 칼날 위에 섰다”며 “단기적인 조치로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와스 IHS글로벌 이코노미스트도 “인도 경제는 하강할 가능성이 크고 이 악순환을 깨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한다. 쉐탄 아흐야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과감한 정책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금융시장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며 “자금유출을 잠재우기 위한 작지만 섬세한 정책을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소나르 바르마 노무라증권 인도법인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상황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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