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0일 금요일

인도 대학街 "한강의 기적 배우자" 위기극복 학습 열풍

◆ One Asia 위기의 신흥국 ◆ 

인도의 명문대학 델리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Delhi school of economics)의 경제학 수업 시간. 30여 명의 학생들이 천장의 커다란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이기며 수업을 듣고 있다. 앞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흑판에는 `한강의 기적(miracle on the Han-river)`이라는 수업 주제가 적혀 있다. 

한 학생이 앞으로 나가 발표를 시작하자 자리에 앉은 다른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열중한다. 수마티 버마(Sumati verhma) 담당교수는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가장 빠른 시간 내, 가장 훌륭하게 극복해낸 나라"라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수업에 참여한 무쿨 샤르마 학생(23)은 "한국의 사례를 공부하면서 인도가 외환위기를 맞는다면 한국처럼 극복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리트시 아로라 학생(25)은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큰 용기를 발휘해 위기를 이겨냈다"며 "인도 국민이 그런 용기를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 대학가에는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아 외환위기설에 휩싸인 인도에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사례가 일종의 신화처럼 떠오른 것이다. 인도인들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한국이 이뤄낸 급속한 경제성장 스토리를 최고의 모범사례로 여기고 있다. 

델리 북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 윤상현 씨(29)는 "요즘 부쩍 인도 현지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인들은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실시된 `금 모으기 운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뭄바이에서 만난 프리얀크 파트와리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자에게 되레 "한국인들이 국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금을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냐"고 물었다. 금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까닭에 절대 팔지 않으려 하는 인도인들에게는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이 매우 놀라운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류 열풍의 중심지 태국에서도 K팝에 대한 인기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국 3대 자산운용사 KTAM의 리서치센터 연구원 타눗 수쿰다나쿨 씨는 "태국은 한국과 유사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라며 "최근 충격으로부터 한국과 태국의 차이를 비교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비결을 찾으면 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격랑의 파도에 휩싸인 아시아 신흥국들이 새삼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이번 충격에 견고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국 언론들도 `한국이 신흥국 중 가장 탄탄하다`는 찬사를 보내는 만큼 `경제 한류`가 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만 이번 신흥국들의 위기 국면을 비켜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최근 신흥국들의 위기 때 한국은 화살을 피했지만 좀 더 기간을 넓혀 보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만만치 않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매`를 미리 맞은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주가도 연초 대비 상승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넉넉하다고 하지만 외화유출입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다른 신흥시장 위기가 심화된다면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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