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7일 화요일

미 대학의 새로운 화두 MOOC

아이비리그가 무료 온라인 강의에 뛰어든 이유






지난 6월 4일 미국 시카고대학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교육 강화를 골자로 한 21세기 새로운 교육 청사진을 발표했다. 두 개의 신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시카고대학 이름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산가격(Asset Pricing)’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이다. 웹을 통한 강의로 1주 평균 12시간, 전부 8주 코스로 진행된다. 오는 10월 시작된다. 디지털 온라인 교육이 상용화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 특별한 뉴스가 아니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를 인터넷 보급과 함께 시작된 웹을 통한 대학교육, 즉 ‘이러닝(E-Learning)’이란 시각에서 보기 때문이다.
   
   시카고대학의 신설 프로그램은 온라인대중공개강의(a Massive Open Online Course·이하 MOOC)’라 불리는 웹 교육과정이다. 말 그대로 수많은 사람을 상대로 한 온라인 강좌이다. 10만, 100만명 단위의 수강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교육을 받는 식이다.
   
   미국 교육계는 시카고대학의 MOOC 참가를 특별한 의미를 가진 뉴스로 받아들였다. 매년 미국 언론이 발표하는 대학 순위를 보면 시카고대학은 상위 10위에 속하는 명문(名門)이다. 시카고대학에 앞서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상위 9개 대학들이 이미 MOOC에 참가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을 분기점으로 상위대학 10개 전부가 MOOC의 세계에 들어갔다. 역사와 정치가 그러하듯 상위 1%는 나머지 99%를 이끌어 나가는 파이어니어다. 엘리트 대학이 MOOC로 무장한 상태에서 나머지 대학들의 적극적 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MOOC는 아이비리그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대학이 참가할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MOOC는 기존의 이러닝과 비슷한 디지털 교육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공통분모를 넘어선 차이점도 많다. MOOC 수강생을 위해 마련된 시카고대학의 Q&A난을 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해낼 수 있다.
   
   1. Q “수료증(Statement of Accomplish ment)을 주나요?” A “예 줍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일정 수준의 실력에 달할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2. Q “이 수업을 듣기 위해 특별히 유료로 구입해야 할 교재가 있나요?” A “우리는 모든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려 합니다.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 유료 교재도 있을 수 있습니다.”
   
   3. Q “이 수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공부에 투자하려는 시간과 빠른 스피드의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됩니다.”
   
   원래 이러닝은 대학교육 커리큘럼으로 출발했다. 강의실에 가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 식이다. 대학에 다니거나 대학 강의 수강을 원하는 직장인을 상대로 한 이러닝은 공짜가 아니다. 학비 속에 포함된 것은 물론 이러닝에 필요한 교재도 따로 구입해야 한다. 이러닝의 성과를 테스트할 시험이 따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닝 코스를 제대로 이수한 학생은 학점을 받게 된다. MOOC는 이러닝을 ‘대학 밖으로 오픈한 것’이라 보면 된다. 대학생만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가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이어진 세상이라면 그 어디에 살든지 상관없다. 대학생이나 교육기관 내 수강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국적·인종·나이·성별과 무관하다. 글로벌 오픈과 함께 중요한 것은 ‘무료’라는 점이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무료 강의가 기본이라는 점에서 학비를 받는 이러닝과 구별된다.
   
   오픈과 무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료증이나 학점과 같은 ‘학문적 성과’와 무관하다고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카고대학 Q&A난의 첫 번째 항목에 나와 있듯이 일정 수준의 실력에 오를 경우 수료증을 발급한다. ‘시카고대학에서 제공한 MOOC 프로그램 지구온난화 강의를 수료한 것을 증명한다’라는 수료증이 개인에게 발급된다. 학점 인정 여부는 현재 논의 중이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통할 것으로 전망된다. MOOC 프로그램을 대학 간 통용되는 공동학점으로 인정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시카고대학 MOOC 수료증을 제공하면 하버드대학 내 비슷한 과목의 학점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이다.
   
   ‘오픈’ ‘무료’와 더불어 MOOC가 21세기 교육의 키워드로 자리 잡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료증과 학점 인정’이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MOOC는 대학생 자격으로 수강할 경우 학점 인정을 받지만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고등학생의 경우 수료증을 받게 된다. 
   
   미국 상위대학이 MOOC에 적극 참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수강생 때문이다. 2011년 가을, 스탠퍼드 대학이 MOOC 프로그램 3개를 오픈할 당시 수강생은 10만명을 넘어섰다. 한 과목에 3만명 이상이 신청한 셈이다. 스탠퍼드는 가장 빨리 MOOC 참가를 선언한 곳이다. 현재 미국 대학 곳곳에서 이뤄지는 MOOC 수강생은 최하 1만명 단위에서부터 시작된다.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수강생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MOOC 수료증이 쓸모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면 1만명 단위의 글로벌 수강생이 몰릴 이유가 없다. ‘오픈’과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웹 강의에 몰두할 수는 없다. 왜 MOOC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그에 따른 공급도 수식상승하는 것일까. 이유는 MOOC와 기업과의 관계에 있다.
   
   간단히 말해 취직하기 위한 또 하나의 스펙으로 MOOC가 활용되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명분상의 스펙이 아니다. 실무능력을 갖춘 ‘풍만한 실용성’으로 무장한 프로그램이 MOOC이다. 교양이 아니라 당장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능성 강좌가 MOOC의 콘텐츠이다. MOOC 프로그램 제작 교수는 수료자를 기업으로 연결해 주는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의 MOOC 프로그램인 ‘자산가격’ 강의를 담당할 존 코크런(John Cochrane) 박사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코크런 교수는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강의가 통용될 분야나 기업에 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학문적 역량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영향력과 네트워크의 유무가 MOOC 강연자의 조건이다. 코크런 교수의 이력을 보면 동부·서부 유명 대학에서의 경력과 함께 투자와 주식의 현장과 워싱턴 정책부서를 넘나든 다채널 능력의 소유자란 것을 알 수 있다. MOOC 프로그램 강연자는 대학교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 실무진과 정책 담당자도 강연자로 나선다. 
   
   MOOC 강연자의 브랜드 가치는 명강의 여부와 함께 수강생들을 얼마나 취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는지로 귀착된다. 물론 강연자가 1만여명 단위의 수강생 취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MOOC 강의를 맡은 교수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수강생 취직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의 정보와,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업 명단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후견인 역할을 할 뿐 직접적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수강생과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은 대학이 아니라 전적으로 강연자에게 달려 있다. 실무능력을 갖춘 뒤 MOOC 강연자의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가는 식이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을 MOOC 원년(元年)이라고 선언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이비리그를 모두에게 개방한 것이 MOOC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대학 간의 경쟁과 활약은 MOOC를 미국 교육의 키워드로 만드는 데 공헌한다. 그러나 MOOC를 둘러싼 환경을 보면 대학이 아닌, 대학을 움직이게 만든 또 하나의 존재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1세기 교육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등장한 MOOC 프로바이더(Provider)들이다. MOOC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곳이다.
   
   시카고대학의 2개의 MOOC 프로그램은 시카고대학이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시카고대학 MOOC 강의를 제공하는 곳은 지난해 4월 설립된 코세라(Coursera·www.coursera.org)이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탠퍼드대학 산하 비영리 교육 지원단체이다. 베트남 출신 앤드루 능(Andrew Ng) 교수가 주축이 된 곳으로 현재 MOOC 프로바이더의 정상에 해당한다. 강의를 촬영하고 인터넷을 통해 운영하는 MOOC 프로덕션 업체라 보면 된다.
   
   코세라의 활동 영역은 대학이 담당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한다. 공학, 인문학, 약학, 생물학, 사회과학, 수학, 비즈니스, 컴퓨터 사이언스 등 대학 내 모든 과목이 MOOC 콘텐츠로 제공된다. 스탠퍼드는 물론 프린스턴대학의 실제 강의도 온라인으로 만든다. 재정적·기술적 면에서 개개의 대학이 MOOC 프로그램과 관련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다. 스탠퍼드대학이 모두를 대표해 제작해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비디오 강의는 10~20분 단위로 이뤄진다. 짧은 강의가 끝난 뒤 예습이나 복습을 통해 스스로 학습과정을 조절해 나갈 수 있다. 코세라는 창립 2년도 안 된 상태지만 MOOC 참가대학 대부분의 프로바이더로 활약하고 있다.
   
   코세라의 MOOC 콘텐츠에 참가하는 수강생은 400만여명에 달한다.(2013년 6월 기준) 코세라는 영어 강의만이 아니라 중국어·아랍어·프랑스어 등 7개의 언어로도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강의는 영어로 이뤄지지만 자막을 통해 영어 외 언어로 수강할 수가 있다. 코세라는 미얀마·몽골 나아가 아프리카 내 소수 언어권으로의 자막 서비스도 확산할 예정이다. 한국어 자막도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퍼드대학이 MOOC의 선두주자가 된 것은 서부를 대표하는 멜팅포트(Melting Pot) 대학인 동시에, IT에 관한 세계 정상의 교육기관이란 점에서 이해가 된다. 기술적으로 볼 때 MOOC와 기존의 이러닝을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소셜(Social)’ 여부에 있다. SNS는 페이스북·트위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계에도 등장했다. MOOC는 일방적 강의로 끝나는 수직형의 교육이 아니다. 교수는 물론 강의를 받는 학생들끼리 함께 토론하고 비교할 수 있는 수평형 교육이다. 텍스트만이 아니라 사진·비디오를 통해 뉴욕의 수강생이 중국 내몽골 지방의 학생과 만날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을 매개로 한 글로벌 SNS가 MOOC이다. 스탠퍼드는 그 같은 IT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코세라는 강의 비디오 중간 부분에 토론의 장(Discussion Forum)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코세라는 스탠퍼드의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한 교양학(Liberal Arts)의 총사령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각 대학이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스탠퍼드에 의뢰하면 코세라가 최고의 강의진을 찾아내 입체화된 콘텐츠로 만들어 제공한다. 대학이 프로그램을 요청하기 전에 코세라가 직접 대학에 찾아가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제공하는 능동형 프로바이더이다.
   
   MOOC는 대학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는 대형 교육기관만이 아닌 남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 있는 개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IT를 이용해 개인의 강좌가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온라인 강좌는 인터넷 출현과 함께 등장했다. 굳이 MOOC의 연장선에서 설명하는 이유는 국경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강생 수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됐지만 연수(年收) 400만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학원강사도 온라인을 통한 강좌로 유명하다. 미국 MOOC와 다른 점은 유료라는 것과 한국 학생에 국한되는 지역성에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MOOC 강사는 살만 칸(Salman Kahn)이다. 유튜브 전용 채널을 이용한 ‘칸아카데미(Khan Academy)’가 MOOC의 현장이다. 8월 21일 기준으로 등록 수강생 132만여명이다. 인도인 어머니와 방글라데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1세대이다. 1976년생으로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났다. MIT 출신에다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에 다녔다. 대학 재학 당시 주변 친구들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하다가 2006년 9월부터 MOOC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강의의 출발점은 인도계가 강점을 갖고 있는 ‘수(數)’에 관한 것이다. 수강생이 폭주하자 영역을 넓혀 강연자와 강의 테마도 늘려간다. MOOC를 통한 ‘글로벌 문명화’에 찬동하는 인물들이 ‘동지’로 대거 참여한다. 칸의 배경을 반영하듯 인도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다. 유명 인사들도 함께 참가해 강연에 나선다. 빌 게이츠와 함께 IT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를 비롯해 마치 토크쇼의 호스트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칸아카데미는 세계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인도계 지(知)의 네트워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7년여 동안 무려 4600개의 온라인 강연이 이뤄졌다. 산술적으로 보면 대략 하루에 두 개 정도의 강의가 올라간 셈이다. 비디오 클릭 수는 전부 2억6000만에 달한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最高), 최대 규모의 MOOC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거느린 스승이 살만 칸이다. 대학에서 이뤄진 MOOC는 칸의 석세스 스토리를 본뜬 아류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MOOC를 거론할 때 가장 궁금한 것은 활동자금이다. 무료 공개라는 생각에는 찬성하지만 과연 공짜 교육 프로그램이 알차고 지속적인 MOOC로 발전할 수 있을까. 개인 차원의 MOOC 운영은 기업가나 개인으로부터의 기부를 통해 이뤄진다. 칸아카데미는 실리콘밸리 IT 창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지원을 통해 구축된 것이다. 칸의 MOOC를 공부한 수강생들은 실리콘밸리의 IT 전문가로 취직한 뒤 다시 칸아카데미 후원자로 나선다.
   
   대학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나름대로의 수익사업을 통한 자금 조달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앞서 시카고대학 MOOC에서 살펴봤듯이 강의는 완전 무료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유료 교재도 있다고 한다. 유료는 책만이 아니다. 수강생이 가장 원하는 수료증이나 학점 관련 문서를 만드는 과정도 돈과 연결된다. 문서 한 장 떼는 비용은 아무리 비싸도 수십달러 선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보면 무시할 수준이지만 수만 명이 한꺼번에 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3만명 이상이 수강한 스탠퍼드 2011년 가을학기 MOOC의 경우 수료증 한 장이 10달러라고 할 때 당장 30만달러가 확보된다. 모든 학생이 수료증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돈이 MOOC를 통해 확보될 수 있다. 돈이 MOOC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는 될 수 있다. 모든 대학이 MOOC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기사 출처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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