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6일 월요일

"印尼 외환바닥" 소문 파다…인도 뭄바이는 금융 패닉

"인도네시아 외환보유액이 7월 한 달 동안 12%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5~6개월은 버틸 수 있겠지만 외환보유액 중에서 당장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을 빼면 단기적으로는 외환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고 있는 한 싱가포르 헤지펀드는 최근 고객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그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국채를 당장 팔아서 달러화로 바꿔야 하지만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이를 막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은 더 빠른 속도로 감소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발언 이후 7월 말까지 중국을 제외한 신흥 개발도상국은 총외환보유액의 2%를 환율 방어를 위해 쏟아부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는 이 평균치보다 훨씬 더 많은 13.6%의 실탄을 소모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 관계자는 매일경제 기자와 통화하면서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은 7월 말 현재 927억달러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기준을 넘겼으며 대부분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채워져 있다"며 "(외국인 채권 거래를 중앙은행이 막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플레이션 방지와 성장 촉진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안정화 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해외 투자자의 라이선스에 대한 규제 완화, 원유 등 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일시적 조세면제 조치, 노동집약적 업종의 경우 수출금액의 30%까지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대책 등이 담겼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 반응은 다소 썰렁하다. 1000억달러도 안 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으면서 그마저도 외환시장 방어를 위해 대거 쏟아부었다. 8월에는 루피아 값이 더욱 하락해 외환시장 개입 규모를 더욱 늘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보유액 고갈론`과 위기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최근 금과 같은 귀금속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달러화도 구하기 어려운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니 귀금속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보석세공인보석가협회의 이스칸다르 후신 사무총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올해 인도네시아 목걸이와 팔찌, 반지 소비가 40t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30.8t에서 급증한 것이다. 

금융가는 달러화 부족에 대한 염려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외환스왑 옥션을 실시했는데 지난달 거래가 성사된 금액에 비해 10분의 1로 쪼그라들면서 분위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외환스왑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해외 은행들로부터 달러화를 받고 루피아화를 내주는 거래다. 

안톤 구나완 다나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3일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중앙은행이 달러화를 공급받을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며 "이 사실이 (자카르타 현지에서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증시(IDX)는 23일 1% 이상 상승했는데 연기금과 공기업이 주식 매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다할란 이시칸 인도네시아 공기업부 장관은 이날 "구체적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제한 없이 공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추락하는 루피화 환율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P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모든 신흥국이 환율 불안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니 루피화 환율에 대한 지나친 염려나 근거 없는 비관주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또 "자본이 서서히 시장에 유입되면서 루피화 환율이 바로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인도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라지브 말릭 CLSA 시니어 아ㆍ태 지역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정부 말만 믿고 안심하기엔 환율을 비롯한 모든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누라그 자하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인도 금융허브 뭄바이는 현재 공황(Panic) 상태에 빠졌다"며 "금융회사들은 정부 측 대처도 믿을 수 없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 국민은 이달 들어 크게 치솟은 채소 가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부인 니나 씨(37)는 "양파와 감자는 일주일에 두세 번 구입하는 식재료인데 양파 가격이 두 배나 올랐다"며 "경제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식료품 구입비가 크게 늘어 살림이 빠듯해졌다"고 토로했다. 남미 경제위기의 근원으로 떠오른 브라질도 각종 대책을 내놨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헤일화 급락세를 저지하기 위해 50억달러 규모 통화스왑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터키 중앙은행도 매일 최대 2억달러 규모 외화를 팔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브라질과 터키는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통화 가치를 안정시킨다는 취지다. 

신흥국들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23일 외환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달러당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이날 오후 11시 현재 1만1000루피아를 기록해 전날보다 0.5% 떨어졌다. 
인도 루피화는 0.8% 상승해 달러당 64.03루피를 기록했다.

터키 리라화는 0.15% 떨어졌고 브라질 헤알화는 1.78% 올랐다. 향후 미국 양적 완화 축소, 경제 펀더멘털 악화 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악재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들이 지난 5~7월 석 달 동안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쏟아부은 돈은 총 810억달러라고 밝혔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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