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신흥국 성장한계론 찬반 팽팽…"일시 주춤" vs "3.5%대로 추락"

기세 좋던 신흥국의 질주도 이젠 수명을 다한 걸까. 아니면 잠시 휴지기를 거쳐 다시 세계 경제 기대주로 부상할 것인가.

중국부터 터키, 브라질까지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 전까지 신흥국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양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0년 이후 신흥국 경제 성장률이 3% 포인트 내린 5%대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런 부침을 두고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톡톡히 했던 신흥국의 경기 둔화가 일시적인 것일지, 아니면 더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전조일지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 낙관론자들 "잠시 주춤한 것뿐"…고성장 이어갈 것

2000년과 2012년 사이에 신흥국은 연평균 6%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대에 그치며 부진했다. IMF는 지난달 8일 발표한 2013 세계 경제보고서에서 신흥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반 정도라며, 10년 내에 비중이 3분의 2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빠른 성장 속도 때문에 신흥국이 장차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었다고 WSJ는 전했다.

IMF는 신흥국 경제가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IMF는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신흥국이 경기부양을 끝낸 데 따른 주기적(cyclical) 요인 때문"이라며 "오히려 최근의 하락세는 신흥국이 자산거품 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신흥국 경제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아직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 신흥국에서 경기부양 의지가 시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경기가 주춤하고 있을 뿐이며, 이 때문에 글로벌 수출 수요가 줄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 최근 인도와 중국이 도시화에 나서면서 조만간 다시 회복의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스페인 투자은행 방코빌바오의 스티븐 슈워츠 아시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뒤처진 생산성을 도시화로 다시 따라잡으면 고성장률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관론자들 "이미 한계"…성장률 3.5%대로 내려앉을 것

반면 비관론자들은 이미 신흥국 경제가 한계에 달했다고 본다. 농업 중심 경제에서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개도국이 누릴 수 있는 이득은 이미 다 누렸으며, 고도성장을 계속해 오면서 이제 공급능력의 한계(capacity constraints)에 이르렀다는 것. 대부분 신흥국의 인구는 이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반면, 교육 수준은 여전히 낮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결국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10년 동안 계속됐던 원자재 슈퍼 사이클(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 시장의 어두운 전망을 더한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경제 전환(economic transition) 이론의 전문가인 앤더스 애스룬드는 "신흥국의 산업화 과정은 이미 끝났다"며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은 1980년~2000년대 수준인 3.5%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브라질이 고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잃었고, 중국 역시 성장 중심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양적완화 축소 연기로 시간 벌어…개혁 나서야

그나마 당장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됐던 FRB의 양적완화 축소가 최소한 내년으로 연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신흥국들에 호재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번 것일 뿐, 하루빨리 경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에는 이견이 없다. 경제 인프라를 개선하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더 늘리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이 국영기업들의 비생산적인 확장에 의존하는 옛날식 전략에 기대서는 안 된다며 내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인도 등에 대해서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들 국가는 단기적인 해외 자본 의존도가 너무 크다 보니 양적완화 축소설에 따른 타격도 제일 컸다. 양적완화 축소설이 힘을 얻었던 지난 8월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 대비 최저치를 경신했고, 터키 리라화도 달러화 대비 13% 넘게 하락했다.

WSJ는 "신흥국 경기 둔화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다"면서도 "하지만 경제 개혁에 실패한 신흥국이 장기간 고통받을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