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장기 사고팝니다"…인도에서 불법 원정간이식 70대


중국으로 놀러간 신혼부부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남편에게 “차가 움직이지 않으니 잠시만 밀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남편은 아무런 의심없이 차를 밀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그 순간 택시는 출발해버린다.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1년여를 추적했지만 남편에게 돌아온 것은 아내의 싸늘한 시신뿐이었다. 아내의 시신에는 장기의 일부가 적출돼 있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공모자>의 내용이다. 영화는 실화를 다뤘다고 밝혔지만 실제 ‘중국 신혼부부 장기적출’ 사건이 발생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경찰은 루머라고 밝힌 바 있다.

장기이식은 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식을 받아야 하는 하는 대기자는 많은데 정작 이식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적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기이식은 기존의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운 각종 말기 환자들의 장기를 뇌사자 또는 건강한 사람의 신체에서 기증된 건강한 장기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수요가 많은 간과 신장이식은 기증자가 살아있을 때만 기증이 가능하고, 기증자의 범위도 혈액형이 맞다는 전제하에 배우자, 직계존속·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 친족으로 제한된다. 때문에 불법장기매매가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22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04호 법정에 들어선 백발의 홍모씨(72)는 재판장의 주문낭독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장기이식전문XXXX’ ‘암과싸워 XXX’ 등의 수많은 인터넷 장기이식 카페를 개설해 인도 원정장기이식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1년6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미 불법장기이식으로 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홍씨는 자신의 장기를 팔아서라도 돈을 구해야하는 사람과 장기이식이 절박한 사람 사이에서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그는 2011년 5월 인터넷카페를 통해 간 이식수술을 원하는 ㄱ씨에게 1억5000만원을 주는 대가로 장기이식자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윽고 자신의 간을 팔겠다고 연락해온 ㄴ씨를 만나 3000만원에 간적출을 하기로 약속했다. 

홍씨가 운영했던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화면
그는 인도인 브로커에게 장기이식이 가능한 병원을 섭외하도록 한 뒤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서남쪽에 위치한 그루가온주 메단타 병원에서 ㄱ씨와 ㄴ씨의 장기적출·이식 수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간크기가 맞지 않았고 수술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또다른 사람을 구했지만 역시나 ㄱ씨와 간크기가 맞지 않았다. 세번째 시도끝에 ㄱ씨는 결국 장기이식에 성공했고, 홍씨는 ㄱ씨로부터 1700여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얼마 못 가 모두 발각됐고, 1심은 “홍씨는 여러사람과 함께 장기매도·매수자 모집, 관련서류 위조, 인도에서의 통역, 장기매도자의 가족대행 등의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홍씨는 이미 6번의 절도죄 전력과 문서위조범죄로 2번의 실형을 포함해 4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1년6월을 선고하고 ㄱ씨로부터 장기이식 대가로 받은 1700여만원을 추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홍씨를 한 번 더 선처해주기로 했다. 실제 나이 75세의 고령에 건강이 좋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22일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된 홍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1700여만원은 “실제 이식하는 실비로 사용됐고, 홍씨가 이득을 취한 것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추징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매우 비윤리적인 것”이라며 “물론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있었지만 수요자들도 법적인 절차 안에서 장기를 취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법적 절차없이 사적으로 장기이식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며 “원심의 1년6월은 매우 적정한 형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은 매우 고령인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한 번 더 감형을 하겠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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