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달리는 7성급 호텔, 달리는 최고급 레스토랑

블루 트레인은 비정기적으로 프리토리아~짐바브웨 특별열차를 운행하기도 한다. 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 앞 철교를 지나는 블루 트레인.

전세계 호화 열차 열전
죽기 전에 꼭 한번쯤 타보고 싶은 전세계 이색 호화 열차들

“고풍스러운 열차 객실에 최고급 요리, 대평원을 달리며 만나는 야생동물들, 그리고 승무원들의 극진한 서비스가 감동적이었죠…. 한번은 꼭 타볼 만합니다.” 몇년 전 호화 열차의 대명사로 통하는 남아공의 ‘블루 트레인’을 체험했다는 한 대기업 간부 김형우(50)씨의 말이다. ‘레일 크루즈’로 불리는 호화로운 열차여행. 어떤 열차가 호화로운 열차일까.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대표적인 호화 관광열차들을 소개한다.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식당칸.
유럽·아시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호화 열차의 원조로 꼽히는 열차다. 1883년 프랑스 파리와 루마니아 지우르지우 구간에 처음으로 식사·숙박이 가능한 호화 열차를 선보인 뒤 파리와 터키 이스탄불 구간을 60여시간에 연결하면서 장거리 호화 열차여행 시대를 열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무대로 더 유명해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920년대 전성기를 이루지만, 교통수단의 발달로 쇠퇴하기 시작해 1977년에 문을 닫는다. 그 뒤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셔우드가 소더비 경매에서 오리엔트 특급 차량을 구입해 19세기 본디 모습으로 복원한 뒤 1982년 런던~파리~베네치아(베니스) 구간(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을 1박2일 일정으로 운행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6개 구간을 운행중인데 대표적인 것이 이 ‘베니스 심플론’과 방콕~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1943㎞를 3박4일간 운행하는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다.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3개의 식당칸에서 프랑스인·이탈리아인 주방장들이 모든 식사를 코스요리로 제공하고, 바칸에선 피아노 연주 등 공연이 이뤄지는 호화 열차다. 객실은 2인실·1인실 2종으로, 대형 소파를 변형해 침대로 쓸 수 있다. 2인1실 1인당 약 350만원부터. 1993년 선보인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3개 등급의 객실에 식당칸 3량, 바 2량, 도서관 1량에 전망 차량까지 별도로 갖춘 동남아시아권의 대표적 호화 열차다. 2인1실 1인당 약 310만원부터. 파리~이스탄불 구간은 5박6일에 1인당 1200만원부터다.
남아공 블루 트레인
세계 여행자들로부터 명실공히 최고의 열차로 꼽혀온 대표적 호화 열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단 케이프타운과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를 잇는 열차로, 1946년 운행을 시작했다. 대형 욕조가 설치된 화장실 딸린 침실들과 식당칸, 바, 회의실 등을 갖춘 ‘달리는 특급호텔’이다. 1600㎞ 거리를 27시간에 걸쳐 1박2일간 달리는 동안, 남아공 최고 수준의 코스요리 3끼와 최고급 와인 등이 제공된다. 18량으로 구성된 객차에 정원은 74명, 각 객차에 3~4개의 객실이 들어서 있다. 열차 2편성이 각각 두 도시에서 동시에 출발한다. 창밖에 수시로 나타나는 야생동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고의 열차답게 만찬 때엔 정장 차림을 요구한다. 요금은 성수기(9~11월) 기준으로 디럭스더블 객실이 1인당 161만원, 럭셔리더블이 176만원.
같은 코스를 2박3일 동안 느리게 운행하는 로보스 레일도 호화롭기는 마찬가지다. 열차 17량, 36개 객실에 최대 72명의 승객을 태우고 시속 60㎞ 속도로 저속 운행한다. 객실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시설과 요금도 비슷한 수준.
일본 ‘규슈 레일웨이 컴퍼니’의 세븐 스타 맨 뒤쪽 겉모습.
일본 세븐 스타
지난 10월15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호화 열차로, 일본 ‘규슈 레일웨이 컴퍼니’가 일본 최초의 ‘육지 크루즈’임을 내걸고 야심차게 선보였다. ‘세븐 스타’란 이름엔 규슈 지역 7개 현의 온천·자연·음식·역사문화·인정 등 7대 관광 소재를 체험할 수 있는, 7량으로 이뤄진 열차란 뜻이 들어 있다. ‘7성급 열차’라는 과시도 있다.
14개의 2인용 스위트 객실, 제철 현지의 식재료만을 쓰는 식당칸, 피아노 연주 등 공연이 열리는 전망칸으로 이뤄졌다. 특히 맨 뒤쪽 객차는 디럭스 스위트 객실 2개만 배치했는데, 마지막 객실은 뒷면 전체를 모두 유리로 처리해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카타~나가사키 구간의 1박2일 코스와 하카타~가고시마 구간의 3박4일 코스가 있다. 객실은 스위트와 디럭스 스위트 두가지. 요금은 1박2일이 객실에 따라 1인당 168만~246만원, 3박4일짜리가 1인당 421만~610만원이다.
인도 마하라자스 익스프레스
‘궁전 열차’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인도의 최고급 호화 열차다. 식당 차량과 바 차량, 객실 차량으로 구성됐는데, 객차 하나에 화장실·욕실이 딸린 객실 4개를 배치했다. 객실은 1인실과 2인실 두가지. 인도 북부의 자이푸르·우다이푸르 등 지역을 7박8일간 운행한다. 요금은 1인당 50만~80만원 선.
이밖에 철도여행 마니아들이 호화 열차만큼이나 일생에 꼭 한번은 타보고 싶어한다는 열차도 많다. 알프스의 협곡을 달리며 알프스 준봉들과 빙하들을 감상하는 알프스 빙하특급과 알프스 인터라켄과 융프라우 사이를 운행하는 융프라우 등반열차,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장장 2주일 동안 160여개의 정거장을 거치며 9000여㎞를 달린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알래스카 관광열차 등이다.
<기사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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