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일 금요일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자국 언어 사용하고 민족적·문화적 배경 달라 

해외 바이어와 비즈니스를 할 때는 여러 주의사항이 있지만 여기에는 상대방이 속한 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소홀히 하는 것도 포함된다. 요즘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등장하는 이란만 해도 역사적으로 페르시아라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나라인데 우리 기업인들은 이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저력이 만만치 않은 이란 문화에 정통한다면 상담이 잘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어디일까?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란은 테헤란과 동의어 또는 대체어일지 모른다. 하지만 서울이 대한민국의 전부가 아니듯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에도 많은 지역이 있다.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도시는 테헤란이 아니라 에스파한이다. 에스파한은 ‘세상의 절반’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파비 왕조는 집권 기간에 세상의 절반만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고 싶었고 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한 이란 소개 책자를 보면 이란에서 해야 할 첫번째 경험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둘째는 에스파한에 가는 것이라고 돼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에스파한이 세상의 절반은 아닐지라도 이란 문화의 절반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테헤란이 이란의 전부가 아닌 것처럼 이란은 아랍의 일부가 아니다. 이란인들과 비즈니스를 할 때 이 점을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이란인을 아랍 사람과 동일시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

이란에서는 이슬람 이전의 아랍의 역사를 ‘자힐리야’(무지의 시대)로 본다. 이란은 이슬람이 유입되기 전에도 고대 중동 역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페르시아 문명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이란인들은 국제정세 불안과 경제 제제로 상황이 나빠졌어도 페르시아 문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남다르다. 만약 이란 바이어를 자신보다 문화수준이 한 단계 낮다고 여기는 아랍 문화권의 일부로 취급한다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언어도 그렇다. 이란의 국어인 ‘페르시아어(Farsi)’는 ‘아랍어(Arabic)’와 완전히 다르다. 페르시아어가 아랍어의 문자를 차용한 후 알파벳 3개를 독자적으로 추가해 문자 체계를 구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부터 고유 언어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문법, 표현, 발음 등에서 아랍어와 큰 연관성이 없다.

또한 1935년에 변경된 국호 ‘이란(Iran)’은 ‘아리아인의 나라’라는 뜻이다.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란인은 인도-유럽어족이고 아랍인은 셈족이다. 아리아인 계통의 이란인에 비해 아랍인은 피부색이 조금 더 검고 머리카락이 곱슬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역사적·문화적·민족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지리적·종교적 이유만으로 같은 아랍권으로 묶어서 인식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큰 결례가 될 수 있다.

이란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혼동되는 여러 개념을 확실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랍’ 혹은 ‘아라비아’라는 말은 민족적 개념에서 파생된 단어로,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국교로 정한 나라를 통칭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정신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아랍연맹을 만들어 결속하고 있다. 반면 ‘이슬람’은 종교적 개념이다. 비아랍권 무슬림 국가도 분명 존재하므로 이슬람과 아랍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중동’이라는 단어는 지리적 개념으로, 영국인들이 편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치·경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

정리하자면 이란은 종교적으로 이슬람 국가이며 지리적으로 중동에 속하지만 민족적·언어적으로 아랍이 아닌 것이다.
<기사 출처 : 주간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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