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일 금요일

비동맹정책 집착…인도 고립주의의 실패

column of the week - 다니엘 트위닝 독일마셜기금 선임연구원

"어느 나라와의 동맹도 싫다"
유서깊은 '예외주의'에 매달려 외교·경제적 난관 초래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인도와 중국이 악수할 때, 세계가 주목한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10월22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세계가 지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에서 최고의 지위를 위한 경쟁에서 중국이 인도에 앞서 얼마나 멀리 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뉴델리는 분명 긴급행동에 나서야 한다.

인도의 지도자들은 급부상하는 중국의 도전을 작은 일부분이라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인도양에 항만시설을 건설하면서 인도를 포위하고 있다. 베이징은 이웃나라 인도와의 친밀한 군사관계를 호언장담해왔다. 그러면서도 개발도상국 가운데 에너지 자원 이용의 안정성 면에서 뉴델리를 훨씬 능가한다고 자랑해왔다.

중국은 또한 인도의 영토로 정착된 스위스 면적 만한 ‘아루나찰 프라데시’(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의 북동부 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최근 국경 관리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이 지역의 인도인들이 중국인이라면서 일반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 지난 4월 인도와 중국군 간 국경 분쟁 지역에서의 3주간 교착상태는 수십년 만의 가장 큰 군사대립이었다.

좀 더 민주적인 세계질서를 세우기 위한 중·인 협력 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인도나 일본을 회원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어떤 개혁도 저지하려는 베이징의 정책은 권력을 공유하려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결과, 인도의 국가 안보기관은 파키스탄보다는 점점 더 중국을 주요 전략적인 경쟁자로 인식한다. 하지만 만일 인도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균형을 지키고 싶다면, 인도의 지도자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즉각 대응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인도 앞에 놓여 있는 주요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로 인도 정부는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개혁을 등한시함으로써, 전략적으로 경쟁하는 국가의 능력을 방해해왔다. 뉴델리의 경제 정책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투자자들까지 떠나도록 했다. 집권당을 이끄는 싱 총리는 대규모 투자 부양조치를 멈추거나 철회함으로써 불과 몇 년 만에 경제 성장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그것은 인도 경제의 4배 이상인 중국과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의 성장률은 2년마다 ‘새로운 인도’를 만들어낸다. 이 불균형은 중국과 인도 두 나라가 보유한 자원의 차이가 낳을 결과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군사력을 유지 또는 확대할 때, 성장률 제고를 위해 무역과 국내외 투자 규모를 키우는 등 여러 형태를 통해 해외 각국과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는 현격한 격차를 드러낼 것이다. 

둘째로, 뉴델리의 지도자들은 세계에서 인도의 역할에 대한 그들의 사고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도는 혼자 갈 수 있으며, 생각이 비슷한 동반자와의 강력한 동맹을 삼가야 한다는 일반적인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

인도는 최근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조정하는 데 있어 신뢰할 수 없는 동반자처럼 보이는 미국에 대비해왔다.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인도와 미국 간 전략적 제휴를 구축하려는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심축이 ‘아시아로의 외교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뉴델리 역시 싱 총리의 첫 임기(2004~2009년)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종류의 그런 전략적 시야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인도-미국 관계의 표류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 장악으로 이어진다. 이런 흐름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훨씬 더 확실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든 것의 근본적인 문제는 냉전시대 인도의 비동맹정책으로 되돌아가려는 유서 깊은 ‘인도식 예외주의(어떤 국가, 사회 등이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어 보통의 규칙이나 원리와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개념)’다. 편을 들지 않는 것은 적어도 그때는 그럴듯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인도 자신이 지금은 중국과 벌이고 있는 경주에서 도전자이기 때문에 타당성이 떨어진다.

현재 외교정책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세력에 의지하는 외교정책의 ‘위험’이 가져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그들을 짜증 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도가 단독으로 중국과의 균형을 맞출 수 없다는 현실을 무시한다. 중국이 1962년 침공했을 때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전략적인 자주성’이 인도의 원대한 전략의 행동 지침이라고 할지라도, 오직 강성한 인도라야 전략적으로 자주적일 수 있다.

뉴델리의 일부 사람은 이 같은 문제에 깨어 있다. 지난 10월16일 인도의 국가안보보좌관 시브샨카르 메논은 “경제성장을 통해 인도를 변혁시켜 세계에 진출하겠다”고 연설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완전한 자립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이제 시작이다.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하지만 인도는 독립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의미있는 재고(再考)를 기다린다. 전략적인 자주권이 약하고 가난했던 인도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새로운 독트린(정책)이 필요한 때다. 그것을 수립한다면 중국의 부상에 대해 정당한 지역적 도전의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면서 여전히 인도의 이익을 진척시킬 것이다.
<기사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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