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화요일

'달러창고' 또 커졌다…미 양적완화 축소 대비?

"외국 단기자금, 양적완화 축소로 빠져나갈 가능성 때문에 정부가 외화 쌓고 있을 것"

우리나라의 10월 외환보유액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달러 창고'의 규모가 또 다시 확장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되면 빠져나갈 외화들을 대비해 정부가 외환보유액 증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동성이 풍부한 단기 자금들이 양적완화 축소와 동시에 대거 빠져나가면 국내 경제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434억3000만 달러로 9월 말(3369억2000만 달러) 대비 63억 달러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채·정부기관채·금융채·자산유동화증권 등 외환보유액의 유가증권 규모는 5억1000만 달러가 감소했지만 예치금 규모가 216억6000만 달러로 9월(148억5000만 달러) 대비 68억1000만 달러가 증가한 것이 외환보유액 사상최고치 경신을 견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도 9월대비 2000만 달러 증가한 34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IMF에 납입한 출자금에 대한 인출권인 IMF포지션은 9월(25억 5000만 달러)대비 2000만 달러가 감소한 25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금의 규모는 47억9000만 달러로 9월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 들어온 자금들이 일시적인 단기자금일 경우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서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 실장도 "항상 극단적인 리스크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차원에서 외환보유액은 늘리는 것이 옳다"면서 "외환보유액이 과다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지만 외환보유액이 많을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측은 외환보유액 증가 원인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성장과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로화 등의 강세에 따른 통화표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 외화자산 운용 수익의 증가가 외환보유액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는 것이다. 

고원홍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총괄팀 차장은 "정책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3400억 달러를 넘어서기 때문에 운용 수익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규모가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규모가 많은 상위 10개 국가 가운데 홍콩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9월말 대비 외환보유액이 증가했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경우 1096억 달러가 증가했고 일본은 192억 달러가 불어났다. 스위스·러시아·대만도 각각 98억 달러, 129억 달러, 32억 달러가 증가했다.

고원홍 차장은 "5월 하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흥국쪽으로부터 많은 자금 유출이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이 세계적으로 감소했는데, 양적완화 축소가 연기되면서 다시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차장은 "취약국인 인도터키, 인도네시아의 경우 공식적으로 환율을 방어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대비 차원으로 외환보유액 확충을 정책적으로 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욱 연구위원도 "양적완화 축소 지연으로 빠져나왔던 자금들이 다시 신흥국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한 결과일 것"이라면서 "신흥국들이 미래대비용으로 달러를 끌어모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 출처 :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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