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5일 일요일

"도와줘요 라잔"…印 신임 중앙은 총재 몸풀기 시작

날개 없이 추락하는 인도 경제를 스타 경제학자가 구해낼 수 있을까?

다음달 5일 인도 중앙은행 수장으로 구원 등판하는 라구람 라잔(51) 시카고대 교수의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운전석에 앉게 된 인도 금융시장이 나락으로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각) 1달러당 루피화 환율은 64.55루피로 사상 최저치다. 루피화 가치는 4월 이후 18% 하락했다. 채권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조달비용도 덩달아 뛰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려버렸다. 인도 증시는 최근 한 달새 고점 대비 12% 빠졌다. 

통화정책의 중심에 선 인도 중앙은행은 연일 헛발질이다. 루피화 하락을 막는다며 지난달에는 중앙은행의 은행권 대출을 포함한 일부 단기 금리를 올렸다. 통화가치가 오르기는커녕,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 버렸다. 

다시 채권 투자자들을 달래려고 이달 20일에는 공개시장 조작 정책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엔 외환시장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통화공급이 늘어나면서 루피화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다. 이제는 인도 중앙은행의 통화 방어 의지와 능력까지 의심받게 된 상황이라고 투자전문 매체 쿼츠는 전했다. 

인도의 위기는 수년간 인도 경제를 떠받치던 외국 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시작됐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인도에 들어왔던 외국 자본들이 본국행에 오른 것.

라잔 총재 지명자는 이미 중앙은행 총재로서 업무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21일 인도 현지매체 더 힌두는 전했다. 이날 라잔 총재는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재무장관과 아르빈드 마야람 경제장관과 회동을 갖고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관해 논의했다. 

더 힌두는 인도 중앙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려, “라구람 라잔 신임 총재가 9월 18일쯤 통화정책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9월 17~18일로 예정된 미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라잔 총재는 인도 경제가 세계 경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주요 결정 역시 연준의 판단 이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20일 정도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더 힌두는 전했다. FOMC 결정 이후 주식시장 같은 금융시장의 반응을 하루이틀 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라잔은 개방 경제 체제에서 외환거래의 자유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인도 같은 신흥국이 별다른 규제 없이 시장을 열었을 때 어떤 충격이 닥친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쿼츠는 전했다.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그의 ‘스펙’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제학의 아성인 시카고대 출신 석학인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도 정부 경제자문까지 이론과 실무를 겸한 거물. 문제는 눈앞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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