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0일 목요일

‘인도의 눈물’ 스리랑카 개발 현장을 가다…“한국 덕분에 깨끗한 물 마셔요”

인도대륙의 끝 자락, 눈물방울 처럼 매달린 섬나라가 있다. ‘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곳이지만 우리에겐 그저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향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스리랑카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했다. 오랜 식민지 시대 상흔이 현재의 시간에 녹아 슬프도록 아름다운 곳이었다. 미래도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의 행복’ 조건인 인프라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국민 2명 중 1명은 더러운 물을 마시며 심각한 질병에 노출돼 있고 답답한 도로 사정은 국가 발전 속도를 더디게 했다. 그 곳에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돼 개발도상국의 유상원조 자금으로 쓰이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도로와 상수도를 깔고 관공서를 짓고 있었다.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스리랑카 경제개발과 국민 행복증진의 마중물이었다. 

2013년 기준 스리랑카에 지원한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총 25개 사업에 5897억원. 대외경제협력기금이 들어가 있는 52개국 중 5위 규모다. 

▶한국이 주도한 골(Galle) 상수도 프로젝트=수도 콜롬보에서 남부 해안 중심도시인 골(Galle)까지 약 120km는 스리랑카 유일의 왕복 4차선 고속도로가 깔려 있었다. 이 도로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일본의 대외협력기구인 자이카(JICA)의 도움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골 지역은 건기 때만 되면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해 주민들의 고통이 심한 곳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우리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장기 저리로 들여와 상수도 건설사업을 벌였다. 663억원이 들어간 이 공사는 2001~2005년 1차, 2006~2008년 2차에 걸쳐 코오롱글로벌이 맡아 골 지역 주민 20만명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스리랑카 상수도부 아베이구나세카라(A.Abeygunasekara) 차관은 “2020년까지 전 국민의 90%가 상수도를 통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중부 내륙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정화되지 않은 물로 생활해 신장질환이 많다”며 “대외경제협력기금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 집행기관인 수출입은행의 황선명 스리랑카 소장은 “현재 데두루 오야와 루완웰라 지역 상수도 사업에 대한 차관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지어준 지방정부 청사=스리랑카 ‘루후누푸라(Ruhunupura) 개발 계획’의 거점도시인 함반토타(Hambantota)에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이 들어가 있었다. 이 지역은 지난 2004년 ‘쓰나미’로 도심 전체가 파괴된 곳이다. 주민 대부분은 아직 펌프로 퍼낸 지하수나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연 1.5%, 상환기간 30년 조건으로 약 870억원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받아 상수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는 코오롱글로벌이 맡았다. 윤종우 코오롱글로벌 지사장은 “오는 11월말 공사 완료되면 11만2000명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현지 주민 라알세느 마느와루(74세)씨는 “바닷물이 섞인 물을 먹다가 깨끗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상수도 공사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의 자이카(JICA) 자금으로 추진 중인 캔디(Kandy) 지역 하수관 설치공사를 따내는 데도 성공했다. 

함반토타 주정부 신청사도 대외경제협력기금으로 지어졌다. 지난 11일 청사를 방문하자 함반토타 도지사는 성대한 환영행사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황 소장은 “이런 환대는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약 200억원이 들어간 신청사 건설은 경남기업이 맡았다. 경남기업은 중부 산악지역인 하톤(Hatton)과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도 진행 중이다. 

허남철 수출입은행 경협기획실 부부장은 “EDCF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에 개도국 시장 진출 기회를 열어주고 다른 나라나 국제기구의 원조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출처 : 헤럴드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