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8일 월요일

소셜미디어가 바꿔 놓을 인도의 미래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획기적인 사건에는 지나치게 큰 의미가 부여되기 쉽다. 3일(수) 나렌드라 모디 인도 구자라트 주총리가 트위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도 정치인의 자리를 샤시 타루르 국무장관으로부터 빼앗았다. 4일(목) 현재 모디 주총리는 정점에 선 크리켓 선수나 발리우드 배우들만 넘을 수 있는 팔로워 수 18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트위터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모디 주총리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이런 팔로워 수가 내년 선거에서 모디 주총리가 틀림없이 총리가 될 것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일련의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그가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로 뽑혀 그의 경쟁자인 의회당 부대표 라울 간디를 여유있게 앞질렀다. 간디 부대표는 온라인에서는 활동하지 않는다.
간디 부대표가 트위터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가 평범한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사람들은 당이 전쟁을 잘 치르도록 이끄는 정치적 소질이 간디 부대표에게 부족하다고 평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인도의 복잡한 선거 환경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자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간단히 말해서 소셜미디어 찬양론자들은 인구의 8분의 1만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역할을 과장하고 있다.
IT의 진정한 중요성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좌파 성향 지식인들의 아이디어 독점을 깨뜨리는 것을 통해 인도를 괴롭히는 환원적 정체성 정치와 포퓰리즘적 경제학을 대체할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디어 전쟁에서 이겨야 개혁가들이 인도의 정치 환경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먼저 선거 정치에서 소셜미디어가 중요해졌다는 주장을 들어보자. 이번 여름 뭄바이의 아이리스 지식재단과 인도 인터넷모바일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7,800만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의석 543개 중 160개에 “대단한 영향력을 휘두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널리 인용됐다. 소위 이들 “고영향” 선거구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총 투표수의 10%를 차지하거나 2009년 선거에서의 득표차보다 더 큰 숫자를 차지한다.
겉보기에는 이 계산이 그럴듯해 보인다. 인도의 승자독식제도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30%만 득표해도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를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집중되어 있는 도시 지역에는 인도 5대 도시뿐만 아니라 2급, 3급 도시도 포함되어 있다. 2011년 여성 대상 폭력을 예방하지 못한 것과 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역과 거의 비슷하다.
페이스북에서 모디 주총리를 팔로윙하는 팬 숫자는 도시 지역에서의 그의 인기를 보여준다. 22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의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다. 간디 부대표의 팬보다 8배 많은 숫자다. 전문가들은 의회당이 가장 취약한 도시 지역 의석 75개 중 상당수도 페이스북 이용자가 집중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보이는 것보다는 근거가 약하다. 인도에서는 투표가 종종 카스트나 종교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유권자의 주된 정체성이 ‘페이스북 이용자’나 ‘트위터 팔로워’인지 알 수 없다. 또 선례를 살펴보면 인도 중산층은 실제로 투표를 하는 것보다는 만찬 파티에서 정치에 대해 말다툼을 하는 데에 더 능숙하며 조직적 활동도 활발하지 않다.
게다가 위 숫자는 단순히 말이 안 된다. 인도의 7,800만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인구의 6.5%만을 차지한다. 2,000만 트위터 이용자들은 인구의 2%만을 차지한다.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잠재적 유권자가 아니라 여드름 투성이 십대들인지는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넓은 시각에서 보자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체 인도 트위터 이용자 수보다 1.5배 더 많은 팔로워들(약 3,300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인도 인터넷 사용자가 2015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나 3억3,0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증가 속도가 겨우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너무 늦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먼저 소셜미디어는 야당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한다. 실제로 모디 주 총리는 기자들을 통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했다. 트위터 동향은 매일 저녁 케이블 뉴스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다. 델리에서는 반부패 활동가 아르빈드 케지리왈의 암 아드미(‘평범한 사람’이라는 뜻) 정당이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행아웃을 이용해 기존에 자리를 잡은 의회당 및 인민당(BJP)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가 인도의 미래에서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이 될 수 있는 분야는 아이디어 전쟁이다. 사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인도가 경제 자립 정책을 추구하며 40년 동안 스스로를 단절시켰던 세계 무대에 다시 합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셜미디어가 부패, 이슬람근본주의, 무분별한 포퓰리즘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인지 여부와는 상관 없이 소수의 엘리트가 토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다.
미국 내 숫자만 3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의 고학력 국외 거주자들도 이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인도의 두뇌 유출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해외 거주 인도인들이 고국의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에서 가장 유명한 인도인들 중 몇몇은 휴스턴, 싱가포르, 뉴욕에 살고 있다.
인도 정도로 거대한 나라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에 관심 있는 이들은 소셜미디어가 다가올 선거에 미칠 미미한 영향보다는 토론의 특징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사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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