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0일 화요일

인도 교육, 왜 강한가

‘세 얼간이’란 인도 영화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한 공과대학의 기계공학 전공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계에 관한 호기심이 많은 ‘란초’라는 학생이 일어나 대답을 한다. “기계란 인간의 수고를 들어주는 것으로, 일을 쉽게 해주고 일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주는 선풍기, 친구와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전화기, 바지에 부착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지퍼도 기계의 한 예입니다.” 교수는 교과서와 다른 답을 제시하는 란초의 말을 반박하면서 지퍼를 ‘올렸다(up), 내렸다(down)’하는 학생의 행동을 꼬집고 화를 낸다. 그리고 교실에서 란초를 추방시킨다.

교수는 다시 암기 도사인 ‘차투르’라는 학생을 시켜 기계에 대해 정의하게 한다. 차투르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글자 한자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발표한다. “기계란 연결되어 있는 물체의 결합으로 힘과 운동이 전달되고 변형되는 것입니다. 휠, 지렛대, 캠 등 기계적 요소가 결합되어 동력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교수는 “훌륭해” 하면서 완벽한 답이라 칭찬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발명가 ‘란초’와 암기의 대가로 주입식 교육의 적자인 ‘차투르’를 내세워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한 코믹영화다. 너무나 쉬운 지식을 도리어 어렵게 만들어 가르치고, 일방적 강의와 통제로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짓밟는 상아탑의 모습을 보여준다.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외우고 말하게 하는 교육, 앵무새 교육을 하고 있은 교실이 가장 나쁜 교실임을 이 영화는 상기시키고 있다. 이 영화처럼, 인도는 앵무새 교육을 하고 있을까?

예전에 인디아공과대학(IIT)을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겨룰 정도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인도 명문대학이다. 아주 마른 체형을 가진 두 여대생이 학교 안내를 맡았다. 대학 캠퍼스와 교실을 둘러보면서 낙후된 시설에 깜짝 놀랐다. 특히 첨단 전자공학을 가르치는 이 대학 교실에는 무더운 여름인데도 그 흔한 에어컨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선풍기 두 대 만 천장에서 뱅글 뱅글 돌고 있었다. 그리고 교실의 책상과 칠판은 우리나라 80년대 교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안내하는 여대생에게 물어 보았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선택받은 소수다. 국민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 혜택을 받으며 다니는 우리 학생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 살아가는 인도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힘든 환경에서 인내심을 기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여대생은 답했다. 인도의 학교 교실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힘든 환경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고 강조한다. 고통과 인내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절제와 인내를 통한 인격함양을 강조한 간디 사상이 그들의 피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인도 교육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토론 수업이다. 인디아공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은 토론 수업을 위한 독서와 에세이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그녀들은 대학 입학 이후 새벽 2시 이전에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인도 초중등 학교의 수업도 대부분 토론으로 진행되고, 수시로 토론대회를 개최한다. 인도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한곳으로 결론을 유도하는 방법을 유치원부터 배우게 된다. 상대와 소통하고 설득시키는 힘도 토론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수용하는 능력도 토론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이 인도 교육의 특징이다.

인도의 독립 운동가이자 초대 수상인 네루가 옥중에서 딸 인디라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보면, 그들이 토론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알 수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를 분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교를 하는 일이 아니고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토론하는 일이다. 사람이 서로 의논을 하면, 비록 조그마한 부스러기 일지라도 거기서 진리가 퉁겨져 나오는 법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그렇게 믿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과학자의 36%, 미국 전체 과학자의 12%, 마이크로소프트사 소속 엔지니어의 34%, 미국 전체의사의 38%가 인도 출신이라고 한다(EBS. 학교란 무엇인가. 2011). 세계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인도, 그들은 강한 인내심과 토론 교육으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기사 출처 : 울산매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