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4일 수요일

인도, '탈레반 정계 복귀' 우려 미국에 거듭 제기

인도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미국 및 아프간 정부 간 평화협상과 관련해 탈레반의 정계복귀에 대한 우려를 또 나타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하미드 안사리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중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차례로 만난 자리에서 탈레반이 평화협상을 통해 아프간 정계에 복귀하면 역내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인도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바이든은 지난 22일 미국 부통령으로서는 근 30년만에 인도를 방문했다. 아버지 조지 부시가 부통령이던 1984년 인도를 찾은 바 있다.

싱 총리와 안사리 부통령은 '미국이 추구하는 아시아·태평양 세력 재조정 정책에 인도가 더욱 긴밀히 협력해주길 바란다'는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인도의 최대 전략적 우려는 미국이 조정하는 아프간 평화협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아태지역 재조정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부통령이 이 정책에 인도를 '동반자'로 끌여들여 중국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인도가 즉답을 피하고 아프간 평화협상에 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서로 다른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이번에 표면화했다"면서 "그럼에도 양국은 아프간 및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한다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말 뉴델리를 찾았을 때도 아프간 평화협상에 관한 우려를 개진했다. 케리 장관은 당시 살만 쿠르시드 인도 외무장관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상을 하면서 인도를 비롯한 역내 관련국과 조율하겠다고 다짐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5년여간 아프간 정부를 이끌 당시 인도를 타격 우선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인도는 탈레반이 평화협상을 거쳐 정계에 복귀하면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파키스탄이 대(對) 아프간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외교관 출신인 안사리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초대한 만찬에서 미군 위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내년 말 아프간을 철수하면 아프간이 어떻게 될지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일각에선 인도가 아프간 평화협상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미군의 아프간 장기주둔 필요성을 강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프간 평화협상은 탈레반이 지난달 카타르에 정치사무소를 내서 본궤도에 오를 듯했지만 이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는 탈레반이 집권시절 사용한 국명을 적은 간판과 깃발을 사무소에 내건 데 대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탈레반이 망명정부 행세를 한다'며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든 부통령은 24일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일정을 보내고 다음날 싱가포르로 떠난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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