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7일 일요일

다국적기업 고전하는 印...잘 나가는 맥도날드 왜?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에는 서구인들이 인도를 보는 이중성이 잘 드러나 있다. 제국주의 시대에 원자재 공급원이자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식민지 인도는 영국인들에게 동경과 호감의 대상이자,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질서의 세계였다.

인도로 가는 길은 여전히 북적인다. 거대한 소비시장을 거머쥐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렬이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큰 3위 경제국이다. 핵심 소비층인 중산층만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5000만명이나 된다.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인도로 몰리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인도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입지는 아직 부실하기 짝이 없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재 인도 증시에 상장돼 있는 25개 다국적 기업 계열사들의 매출과 순이익은 모기업 전체 실적의 2%에 그쳤다.

애플과 캐터필러, 다임러, 토요타와 같은 기업들은 지금도 인도에서 '1%클럽'으로 통한다. 글로벌 매출과 순익에서 인도의 기여 비율이 1%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도를 사랑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인도 밖에서 더 큰 기회를 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유통구조가 너무 복잡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했다.

글로벌시장의 업종 대표기업들이 유독 인도에서 고전하는 것은 이들이 획일화된 단일기준(one-size-fits-all)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 상층부, 이른바 '톱시장'에서 한번 통한 전략은 언제 어디서 써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맥도날드는 인도 패스트푸드시장을 주도하며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인도 진출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맥도날드는 처음부터 인도시장의 문을 두드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 나라 인구의 80.5%가 믿는 힌두교에서는 소고기를, 전체 인구의 13.4%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 패티가 들어가는 햄버거를 주 메뉴로 하는 맥도날드엔 치명적인 식습관이다.

그래도 맥도날드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난 1996년 인도 뉴델리에 첫 매장을 열기까지 맥도날드는 수년간 공들여 인도 진출을 준비했다. 식습관을 비롯한 현지 문화와 안전 기준에 맞는 대체 메뉴를 개발했으며, 납품업체를 육성하고 설비를 단순화해 비용을 줄였다. 인도 경제 여건에 맞춰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맥도날드는 통상 7대 3인 기본메뉴와 현지메뉴 비율을 인도에서는 3대 7로 뒤집고, 중간가격이 50센트밖에 안 되는 채식 메뉴를 대거 선보였다. 가족 단위의 외식을 유도한 마케팅과 배달 서비스도 큰 호응을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엔진업체 커민스의 인도법인 회장을 지낸 라비 벤타케산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서 실패하는 것은 적극적인 현지적응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다국적 기업들이 노리는 신흥국의 톱시장은 이내 경쟁이 치열해져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단일기준을 따라주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맥도날드는 인도에서 첫 매장 문을 열기까지 무려 9년을 투자했다며,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리더가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타케산이 최근 낸 저서 '혼돈 정복하기'(Conquering the Chaos)에는 '인도에서 승리하면, 어디서나 이긴다'(Win in India, win everywhere)는 부제가 붙어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무질서하고 까다롭다고 불평하는 인도시장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전략이라면 어떤 신흥시장에서든 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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