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3일 수요일

지구촌 휩쓰는 ‘중산층의 반란’

지난 석 달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중산층의 요구’로 요약된다. 국적은 다르지만 이들의 바람은 몇 가지로 수렴된다.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절차적인 민주주의의 틀은 갖췄으나 지배권력과 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소통이 단절돼 있으며, 정치권력에의 접근이나 발언권은 제한돼 있다. 이 같은 단절을 깨고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20세기의 장기집권 독재체제는 사라졌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중남미의 최저개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기본적인 배고픔도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정치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개도국에서 개발된 나라로 이전해 가는 단계의 국가들에서, 중산층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두드러진 현상이다.

신흥경제국의 고속성장과 함께 중간 계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글로벌 중산층’은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제 막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 신흥국의 중산층 사이에서 정치적 기대감이 커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들의 시위에는 ‘더 좋은 인프라와 삶의 질’에 대한 요구,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더 많은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요구가 깔려 있다.


공공서비스 요구·권력 남용 비판 등 목소리 다양
아시아의 중산층 규모 2030년 30억명에 이를 듯

브라질에서는 버스요금 인상이 100만명을 거리로 이끈 기폭제가 됐지만 이면에는 내년에 치를 월드컵에 쏟아붓는 돈을 국민 공공서비스에 투자하라는 요구가 깔려 있다. 브라질은 10년간 국내총생산이 약 4% 증가하면서 빈곤율이 20%대 초반으로 줄었다. 4000만명이 가난에서 벗어나 정부의 정책과 씀씀이를 볼 여유가 생겼다. 정부가 마련해줘야 하는 서비스가 제대로 굴러가길 원하는 것이다. 부패에 대한 저항감도 강하다.


지난해 말부터 인도 전역은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한 여대생의 죽음으로 들끓었다. 정부가 시민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분노였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들은 ‘더 나은 사회 서비스’를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요구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심지어 이런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거부했을 때 시민들은 거리로 나선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는 도심 녹지의 재개발 정책이 불씨가 됐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시민들은 전근대적인 대가족을 우대하고 음주 등 사생활까지 규제하려는 종교적 보수정권에 대항하고 있다. 

이집트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아랍의 봄’을 일으켜 무바라크 정권을 축출하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선거로 뽑혔다. 하지만 1000만명이 넘는 국민은 이제 그의 축출을 부르짖고 있다. 무르시를 지지한 무슬림형제단에 반기를 든 이집트의 시위대는 무르시가 집권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는 선거라는 민주주의 과정을 거치고도 과거 권력 남용의 전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이란의 지난달 대선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강경 이슬람 정치인이 뽑힐 것으로 점쳐졌지만 중도파 하산 로하니가 승리했다. 도시의 중산층이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에 따른 경기 침체, 보수층의 권력 독점에 대한 반감을 표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중산층의 요구가 정치 흐름을 주도할 것이며,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향후 최대 정치적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흥경제국들이 그 시험대에 놓일 공산이 크다. 중국·인도·브라질 중산층은 2050년이면 세계 경제의 절반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인구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에는 절반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세계 전체 중산층에서 유럽·북미인들 비중은 향후 10년 내 3분의 1로 줄어든다. 대신 아시아는 2020년 중산층 규모가 17억명, 2030년이면 30억명으로 북미의 10배, 유럽의 5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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