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6일 수요일

외국인 엑소더스 루피 급락세...인도發 외환위기?

인도에서 최근 외국인 자금이 썰물을 이루면서 루피 가치가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급기야 26일(현지시간)엔 루피/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60루피를 돌파했다. 달러 대비 루피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도 속수무책이라 인도에서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시장을 초토화한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인도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루피/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 급등(루피값 급락)한 60.73루피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0.76루피까지 갔다가 그나마 뒤로 밀린 것이다.

이로써 루피/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이후 이날까지 13% 넘게 올랐다.

루피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시기와 맞물린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인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던 외국인 자금이 뚝 끊길 것이라는 우려로 자금 유출이 일어나 루피 가치가 추락한 것이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인도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기관투자가(FII) 자금은 1063억8000만루피(약 2조200억원)에 달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그 새 뭄바이증시 대표지수인 선섹스지수는 6% 넘게 폭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1년여 만에 최대 폭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인도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도 3144억8000만루피나 됐다.

루피 가치 급락세는 인도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중산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수입물가가 뛰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졌다.

인도상공회의소가 이날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중산층의 78%가 루피 약세 여파로 씀씀이를 통제하고 있다. 루피 가치가 급락하기 전에는 월간 소비액이 85~100달러였지만, 최근엔 47달러로 줄었다. 루피 약세로 월간 지출경비는 20%나 늘었다.

인도 영자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ET)는 루피 약세로 수입물가가 치솟고 있다며,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 부담이 인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RBI의 시장개입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인도 영자지 퍼스트포스트는 이날 루피/달러 환율이 60루피를 돌파한 것을 두고 RBI가 결국 시장 개입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RBI가 이날 루피가 달러당 59.98루피에 거래될 때 달러를 내다파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했지만 환율 방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BI가 계속 환율을 방어하기는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정부가 보유한 외환은 2906억6000만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지만, 이는 향후 6.5개월치의 수입대금을 댈 수 있는 정도로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다른 브릭스 국가의 19~21개월치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퍼스트포스트는 또 인도가 처한 상황은 지난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위기가 불거졌을 때와 닮았다며, 인도는 당시 경제가 고립돼 용케 위기를 피했지만 지금은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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