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3일 일요일

美, 아프간탈레반 '복귀' 우려하는 인도 달래기

케리 美국무 인도 방문…"평화협상 서둘지 않겠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종결을 위해 평화협상을 밀고 나가는 미국이 아프간 탈레반의 정치권 복귀를 우려하는 인도 달래기에 나섰다.

인도는 탈레반이 1996년부터 2001년 미국 침공으로 권좌에서 밀려날 때까지 아프간 정권을 잡은 시절 탈레반에 맞서 싸운 '북부동맹'이란 무장단체를 지원했다. 타지크족이 주축인 북부동맹은 파슈툰족 중심의 탈레반 정권과 싸우면서 인도 뿐만 아니라 러시아, 타지키스탄의 지원을 받았다.

탈레반 정권은 집권기간 인도를 '타격 우선순위'에 뒀다.
이에 따라 인도는 탈레반이 협상을 통해 정치권에 복귀하는 상황을 악몽으로 여긴다. 여기에다 탈레반과 손잡은 파키스탄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도 추후 협상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설이 돌면서 인도는 협상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치할 수 없게 됐다.

하카니는 대사관 등 아프간내 인도 시설물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인도측은 간주한다.
이 때문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에 오면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늦게 뉴델리를 찾은 케리 장관은 같은날 시내의 한 모임에서 강연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인도는 미국의 핵심 국가라고 치켜세우면서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서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인도 언론이 24일 전했다.

인도 입장도 들어가면서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이어 "탈레반이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를 끊고 폭력을 포기하며 아프간 헌법을 수용하는 식으로 협상결과가 도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케리 장관은 또 인도에 도착하기 직전 들른 카타르 도하에선 현지 지도자들과 만나 탈레반이 지난 18일 정치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이슬라믹 에미리트 오브 아프가니스탄'이란 명패를 내건 문제와 관련, 재발시 정치사무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시 국명으로 사용한 문제의 명칭을 사용했다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반발에 따른 미국측 '압력'으로 명패를 내렸다.

케리 장관의 이번 도하 발언은 아프간 뿐만 아니라 인도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또 시리아 문제 해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인도 방문 후로 예정된 파키스탄 방문을 일단 연기했다.

케리 장관은 강연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교역을 더 늘려 관계를 차츰 개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선 12년 된 아프간전 종결을 위한 평화협상을 성공시키려면 남아시아 맹주국 인도의 입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고 '앙숙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간 관계개선도 도모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협상에서 배제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는 아프간의 현 정부가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케리 장관은 24일 인도측과 제4차 '전략적 대화'를 열어 인도측 우려를 들을 예정이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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