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5일 일요일

인도정부 동성애 합법화 추진…'총선 전략'

인도 정부가 동성애 합법화를 추진하기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대법원이 지난 11일 동성애 불법 판결을 내리고 동성애 합법화 여부에 관한 결정을 의회로 넘긴 다음날 이같이 결정했다고 인도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대법원은 뉴델리 고등법원이 2009년 내린 동성애 지지 판결을 뒤집었다.

인도에서는 영국 식민지배 시절인 1860년대 제정된 동성애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자연질서를 거슬러 남자나 여자, 동물과 성관계를 맺는 자는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에 의한 동성애자 성관계는 거의 처벌받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이 이 법을 들어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를 차별하고 괴롭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뉴델리 고법이 당시 동성애 지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현재 대법원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탄원할지 아니면 동성애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할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집권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총재와 라훌 간디 부총재가 대법원 결정 직후 강한 실망감을 표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간디 총재는 "뉴델리 고법은 2009년 당시 낡고 억압적이며 부당한 동성애금지법에 반기를 들어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이 고법판결을 번복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그는 이어 "의회가 헌법에 따라 모든 시민의 삶과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동성애 문제를 다루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라훌 간디 부총재는 "동성애는 개인의 자유 문제"라며 동성애를 지지했다. 

일부 장관들의 지지 발언도 뒤따랐다.

대법원 판결 직후 전국에서 동성애자와 옹호론자가 항의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는 상황에 정부·여당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정당들이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길 꺼려온 분위기에서 나온 국민회의당 지도부의 입장은 '급진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최근 실시된 델리와 라자스탄 등 4개주(州) 하원선거에서 맞수인 제1야당 인도국민당에 참패를 당한 국민회의당이 내년 4∼5월로 예정된 총선 승리 전략의 일환으로 동성애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입장을 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힌두민족주의 성향 극우정당인 인도국민당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단체 눈치를 보느라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틈을 노린 것으로도 해석됐다.

국민회의당의 움직임은 반부패를 기치로 내세운 신생정당 아마드미당(AAP)이 델리주 하원선거에서 일약 2위 정당으로 급부상한 뒤 받고 있는 전국적 관심을 동성애 문제로 돌리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드미당도 대법원 판결 다음날인 지난 12일 실망감을 표출하고 '19세기 동성애금지법'의 철폐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인도국민당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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