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일 목요일

싱가포르인들 "인도·중국인에 집 못 빌려줘"

"잘 진행되던 임대 논의가 제 이름을 듣고 난 뒤 '인도인에게는 방을 빌려주지 않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싱가포르에서 인도인과 중국인에게 주택 임대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각하다고 영국 BBC 뉴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싱가포르 부동산 중개 사이트 '프로퍼티구루'에 오른 임대 광고 중 160개 이상에서 집주인이 인도인과 중국 본토인에게는 집을 빌려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고 전했다.

'검트리'와 같이 집주인이 직접 임대 광고를 올리는 사이트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이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8년간 살다 2012년 싱가포르에 온 스리랑카 출신 토목기사 순일은 집을 구하면서 4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인도인에게는 집을 안 빌려준다기에 스리랑카는 인도가 아니라고 해도 소용없었다"며 결국 인도계 집주인에게서 집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집주인들이 인도인과 중국인에게 임대를 꺼리는 것은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지적했다.

한 중개업자는 "이들이 집에서 음식을 자주 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향을 풍기는 향료를 많이 쓴다"며 "매주 청소를 하지도 않아 몇 달씩 먼지와 기름이 쌓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불법 전대를 하는 등 계약 조건을 잘 지키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집주인들이 많이 한다고 다른 중개업자는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전체 국민의 74%가 중국계, 13%가 말레이계, 9%가 인도계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는 인종 간 화합을 꾸준히 강조했고 공적인 영역에서는 인종 차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 인도인 노동자가 버스에 치여 사망한 이후 남아시아계 주민의 폭동이 벌어지면서 인종 문제는 싱가포르 사회 전면에 대두했다. 

싱가포르 경영대의 유진 탠 교수는 "싱가포르 시민권이 없는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없다"며 법적 미비를 지적했다.

싱가포르 정책연구소의 매튜 매튜스 선임연구원도 "자신의 집에 누구를 들일 것인가와 같은 사적인 영역에는 아직 국가가 관여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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